《 대구·경북지역은 ‘지방발(發) 부동산 훈풍’의 소외 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었고 지역의 최대 현안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유치는 무산됐다. 이 지역에선 한동안 “대구 사람 앞에서 집값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일부 지역의 집값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건설사도 이 흐름에 발맞춰 신규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 ○ 입지에 따라 아파트 값 양극화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9월 19일까지 대구지역 아파트 가격은 1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군(13.8%) 달서구(12.9%) 북구(11.8%) 수성구(11.1%)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경북은 6.6% 올라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구미(9.1%)와 경산(8.8%)은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 상승률인 7.8%보다 높았지만 포항은 3.6% 오르는 데 그쳤다.
대구·경북지역 부동산 시장의 특징은 양극화다. 주거 선호도가 높고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곳은 가격 상승폭이 크다. 대구 수성구는 학군과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곳. 달성군 등은 공업시설이 많아 외부 자금의 유입이 활발한 지역이다. 반면 서구(4.2%) 남구(4.4%) 등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낮았다. 구도심이라 개발이 늦고 기반시설이 외곽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경북지역도 중소형 주택이 많고 외지인 비중이 높은 구미의 아파트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일부 선호지역을 중심으로만 집값이 회복되는 중이라 지역에 따른 편차가 큰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었던 점도 이 지역의 특징이다. 대구·경북지역은 2008년 입주 물량이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대구는 당시보다 약 76%, 경북지역은 34% 감소했다. 공급이 줄면서 전세금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이 대구는 69.7%, 경북은 71.7%다. 대구 동구 봉무동에서 10월 ‘이시아폴리스 더샵 3차’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 포스코건설의 현경민 분양소장은 “대구지역의 전세금 수준이 매매가에 근접해 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입지와 분양가가 괜찮은 새 주택이라면 대구 및 인근 지역 실수요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분양 아파트가 걸림돌
대구·경북지역 부동산 시장의 최대 걸림돌은 미분양 아파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6만8593채. 대구는 1만152채, 경북은 5093채로 집계돼 경기도(2만2137채)의 뒤를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악성인 준공 후 미분양도 대구에 6563채, 경북에 1855채가 있다. 전국 전체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2만7456채의 약 30%가 대구·경북지역에 몰려 있는 셈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다 보니 집값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고 건설사들도 신규 분양을 주저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분양 성적이 신통치 않자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짙어졌다. 5월 포스코건설이 대구 동구 봉무동에서 분양한 ‘이시아폴리스 더샵 2차’가 평균 청약경쟁률 1.77 대 1, 8월 극동건설이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공급한 ‘웅진 스타클래스 남산’이 3.34 대 1 정도로 그나마 선방한 편. 5월 분양한 GS건설의 ‘대구 신천자이’는 1 대 1, 코오롱건설의 ‘수성못 코오롱 하늘채’는 0.7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업계에선 “대구·경북지역은 아직까지도 ‘건설사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하다”고 평했다.
그런데도 연말까지 신규 분양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건설은 1686채 규모의 ‘이시아폴리스 더샵 3차’ 아파트를 10월 내놓는다. 1, 2차의 인기를 몰아 3차까지 성공시켜 특색 있는 브랜드 아파트 단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쌍용건설은 대구 북구 침산동에 ‘쌍용 예가’ 662채를 분양한다. 경북 경산시에선 부영이, 안동시에서는 극동건설이 각각 분양을 준비 중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도 발생한 상황이라 실수요자들은 필요한 주택을 자신의 재정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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