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외환銀 지분, 조건없는 매각 명령 내릴것” 결정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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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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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에 “어서 팔고 떠나라”는 메시지

‘법이 허용하지 않는 행정조치는 안 된다.’ ‘이제 그만 론스타를 떠나보내자.’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을 별도의 조건 없이 팔도록 해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을 터준 데는 이런 2가지 의도가 담겨 있다. 우선 은행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일반인 대상의 공개매각을 명령하면 ‘한국에 반(反)외자 정서가 있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퍼져 국수주의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결정의 주요한 이유다. 여기에 8년 동안 끌어온 론스타의 ‘먹튀’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의도도 정책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주가 크게 떨어져 인수가격 재협상”

지난해 11월 하나금융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주식을 주당 1만4250원에 사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 7월 계약 이행시한을 연장하면서 주당 인수가격을 1만3390원으로 내려 잡기는 했지만 여전히 총매각대금은 4조4000억 원에 이른다. 금융위가 조건 없는 매각 명령을 내리면 이런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고스란히 론스타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외환은행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징벌적 성격의 공개매각을 하도록 하면 현 주가로 팔게 돼 론스타가 챙기는 전체 파이가 줄어들 것이라며 ‘공개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28일 외환은행 주가는 7200원으로 지난해 11월 계약 체결 때 주가(1만2300원)보다 41%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자본시장통합법은 예외적 경우에 한해서만 징벌적 매각을 허용하고 있다. 경영진 몰래 회사를 인수하려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이 지분을 5% 이상 매입하고도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모은 지분을 증시에 내다 팔아야 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적대적 M&A와 전혀 다른 만큼 이런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당초 론스타는 2조1549억 원을 들여 외환은행을 샀지만 배당과 보유 지분 일부 매각으로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했다. 현재 계약대로라면 외환은행 지분 매각대금과 올해 중간배당금을 합쳐 5조 원 정도가 순수 이익으로 남는다. 론스타가 5조 원을 고스란히 본국으로 송금할 경우 ‘먹튀’ 논란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하나금융이나 론스타가 과거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퇴직 직원들을 다시 채용하는 방안을 수용해야 국민의 정서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한다.

하나금융은 금융위가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리는 대로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져 인수가격도 재협상할 계획이다. 론스타 측도 외환은행 매각을 조기에 매듭짓기를 원하는 데다 다른 잠재적 인수자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이번 마무리 협상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국부 유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하나금융이 지불하는 인수가격은 유지하는 대신 론스타 측에 인수대금 중 1000억∼2000억 원을 한국 사회에 기부금으로 내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하나금융, 신한금융에 도전장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우리금융, KB금융, 신한금융에 이어 크게 뒤지는 4위였던 위상이 신한금융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급부상한다. 올 2분기 기준 총자산은 △우리금융 358조 원 △KB금융 354조 원 △신한금융 329조 원 △하나금융 211조 원의 순서였다. 하나금융은 나머지 3개 회사와 자산규모가 100조 원 이상 차이가 나 사실상 경쟁 대열에서 이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자산 98조 원 규모의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전체 자산이 309조 원으로 불어 신한금융에 20조 원 차로 근접할 수 있다. 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은행들의 외형 불리기 경쟁을 자제하라고 촉구하고 있어 하나금융의 인수합병을 통한 급성장은 다른 지주사들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소비자와도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지금까지 하나금융은 은행 지점이 적고 고액자산가 중심의 프라이빗뱅킹(PB)에 주력해 일반인과의 접촉빈도가 낮았지만 외환은행 인수 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 하나은행의 영업점은 652개로 신한은행보다 312개 적지만 외환은행 영업점(353개)을 합치면 신한은행보다 되레 41개가 많아진다. 금융위 역시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처분하면 은행을 대형화할 수 있고 대규모 외환거래 인프라를 국내 은행이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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