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올해 백화점업계에서 처음으로 문학상을 만들었다. ‘제1회 현대백화점 문예공모전’이라 이름 붙인 이 공모전은 그간 유통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사연공모전 수준이 아니라 한국문인협회에 정식으로 등단할 수 있는 진짜 문학상이다.
백화점이 문학상을 만들게 된 것은 20, 30대 고객 사이에 불고 있는 ‘글쓰기 열풍’ 때문이다. 사실 몇해 전만 해도 백화점 문화센터에 개설된 글쓰기 강좌 수강생은 여중고교 시절 문학도를 꿈꾸던 40, 50대 주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블로그로 시작된 인터넷 글쓰기가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화되면서 SNS상에서 주목받는 글을 쓰고 싶은 20, 30대 고객이 백화점 문화센터의 글쓰기 강의실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
20, 30대 고객이 주로 찾는 강좌는 시나 수필 부문이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의 경우 문학 관련 강좌 수가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다. 연령대도 한층 젊어졌다. 몇년 전만 해도 문학 강좌는 40, 50대 비중이 90%를 넘었지만 요즘은 20, 30대 비중이 30% 수준까지 높아졌다.
현대백화점 곽정인 문화센터 실장은 “시의 함축적인 표현이 SNS에서 멋진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20, 30대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도현 정호승 박동규 등 시인들의 특강도 재테크 강좌 못지않은 참여 열기를 자랑한다. 과거 문학 강좌는 소규모로 진행됐으나 최근에는 100명 이상이 듣는 인기 강좌로 변신했다.
이와 같은 20, 30대 고객의 글쓰기 열풍에 착안한 현대백화점은 창립 40주년인 올해 문학상을 제정하는 게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10년 전부터 모녀 마케팅을 진행해 온 현대백화점은 문학상 공모 주제를 백화점 주 고객인 ‘엄마와 딸’로 정하고 시와 수필 두 부문에서 작품을 받기로 했다. 이달 말부터 11월 4일까지 접수해 11월 14일 당선작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수상 이상 수상자 6명의 작품은 ‘시에’ ‘한국산문’ 등 문학전문지에 게재되고 수상자는 한국문인협회에 이름을 올려 등단의 영광을 누린다.
정지영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1인 미디어 활성화로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고객이 많다”며 “기존 문학상과 달리 백화점의 특수성을 살려 ‘엄마와 딸’이라는 소재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공모전으로 매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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