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열전]청매원 김영습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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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유기농 매실로 만든 장아찌 고추장… “일본서 더 알아줘요”

김영습 청매원 원장(오른쪽)과 남편 김준호 회장이 2일 전남 장흥군 청매원에서 매실 진액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김영습 청매원 원장(오른쪽)과 남편 김준호 회장이 2일 전남 장흥군 청매원에서 매실 진액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건설회사를 거쳐 제약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1988년 전남 장흥군에 매실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매실은 패션 디자이너인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여겼다. 그러던 그가 이제는 ‘매실 명인’으로 불린다. 청매원(57만8512m²·약 17만5000평)을 운영하는 김영습 원장(55)은 남편 김준호 회장(65)과 함께 유기농법으로 키운 매실로 진액, 장아찌, 고추장, 식초, 간장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청매원에는 매실나무만 3만5000여 그루가 있다. 명인들이 만든 식품을 상설 판매하는 현대백화점 ‘명인명촌’에서 청매원 제품은 인기가 높다. 청매원의 진액, 식초, 간장은 현대백화점의 우수고객인 재스민 회원에게 보내는 올해 추석 선물세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재스민 회원 중 일부가 참여해 후보 제품들을 평가한 결과 청매원 제품을 1위로 뽑은 것이다.

이달 2일 방문한 청매원 농장 곳곳에는 매실과 설탕을 섞어 담아 놓은 2t짜리 대형 갈색 통이 눈에 띄었다. 김 회장이 제약회사에 근무할 당시 거래하던 일본인의 형이 매실 명인이었다고 한다. 매실나무를 심어보라는 그의 권유에 김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하던 시절 술을 담가 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매실로 술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실 명인은 일본에서 주로 심는 남고매실을 권했고, 물이 맑고 햇빛이 좋은 장흥 지역을 추천했다. 김 회장은 “남고매실은 독성이 적고, 피로 해소와 소화 등에 도움이 되는 유기산 함량이 5% 정도로 일반 약용매실(4%)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매실을 키우는 데 빠져들었고, 부인인 김 원장도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접고 매실에 매달렸다. 이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철저한 유기농법으로 튼튼한 매실을 수확하는 것이다. 김 원장은 “건강한 매실을 수확하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은 80% 이상 끝난 셈”이라고 강조했다. 매실나무 아래에 보리, 자운영 등을 심어 땅이 마르지 않게 하고 매실이 지열을 받는 것을 막는다. 해충은 매실나무 대신 이들 식물에 주로 머문다. 1년에 두 번 보리와 자운영 등을 잘라내면 그대로 썩어 자연 비료가 된다. 식초, 녹차, 과일껍질, 잡어(雜魚)로 만든 효소도 뿌린다.

1995년부터 생매실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2001년부터 진액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맛을 찾아냈다. 김 원장은 “매실을 재워놓을 때 유기농 설탕을 쓰고, 고추장 간장 등을 만들 때도 고춧가루 콩 등 꼭 필요한 재료만 첨가한다”고 말했다. 청매원에서 생산하는 매실은 연간 450∼500t. 150t은 생매실로 팔고 나머지는 3년 6개월간 숙성시켜 각종 제품으로 만든다. 6, 7월에 매실을 따서 8월 초까지 설탕에 재워놓는 작업을 끝낸다. 고추장 간장 등은 1∼3월에 담근다.

청매원 제품은 일본에서 먼저 인정받아 이세탄백화점과 다이마루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고 현대백화점에는 2009년부터 납품했다. 김 원장은 “매실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가장 힘들었는데 현대백화점의 명인명촌 코너에 납품하면서 매실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며 밝게 웃었다. 청매원 제품은 국내유기농산물인증은 물론이고 일본유기농인증(JAS)도 받았다. 가격은 생매실은 일반 매실의 두 배 정도이며 매실 제품은 30∼40% 높다. 김 원장은 “요리당 등 더 많은 제품을 개발해 매실을 친숙하게 접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장흥=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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