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론스타에 조건없이 지분매각 명령 내릴 것”
주가조작 사건 최종판결 내달 6일 나오면 매각 시작
금융위원회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으로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는 론스타에 ‘어떤 방식으로든 외환은행 지분을 팔라’고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기로 해 진통을 겪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계약대로 성사될 것이 확실시된다. 구체적으로 매각 방식을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맺은 주식이전계약을 그대로 이행하면 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법률 검토 결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되 매각방식과 관련해 어떤 조건도 달 수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인수 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의 수장(首長)이 외환은행 지분처분 방식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론스타 지분을 공개된 금융시장에서 일반인에게 팔도록 하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해야 한다는 국민 정서 때문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외환은행 지분매각 작업은 10월 6일 서울고등법원이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사건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린 뒤부터 개시된다. 유 전 대표가 2003년 11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합병 직전 외환카드 주식을 싸게 사들일 목적으로 외환카드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린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올 3월 유죄 취지로 고법으로 파기 환송한 만큼 최종 형량이 바뀔 수는 있지만 유죄판결이 날 소지가 아주 크다.
유죄판결이 나면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고, 금융위가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충족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론스타가 이 자격을 회복할 방법은 없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외환은행 지분 51% 중 41% 이상을 매각하라고 명령하고, 론스타는 당초 계약대로 지분을 하나금융으로 넘기게 된다. 하나금융은 현재 국내에서 은행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환은행 새 주인으로서 하자가 없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외환은행 매각이 성사될 경우 론스타에 대한 ‘먹튀’ 논란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그동안 외환은행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5조 원 이상 차익을 남긴 론스타에 대해 징벌적 매각으로 이익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법에 유죄판결을 받은 대주주에게 지분 매각명령을 내릴 때 처분방법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또 론스타를 응징하는 식의 조치를 하면 한국이 외국자본을 차별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국제사회에 퍼질 수 있는 점도 우려한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징벌적 매각에 대해 론스타가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며 “외국자본이 과도한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꺼리는 정서가 있지만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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