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Dream]‘펫 네임’ 아파트 이미지를 결정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래미안 퍼스티지, 롯데캐슬 킹덤, 전농 크레시티…
분위기 살리는 이름지으려 주민투표하는 경우도

자신감의 표현 ‘펫네임’ 서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왼쪽), 서울 서초동 ‘롯데캐슬 클래식’(오른쪽).
자신감의 표현 ‘펫네임’ 서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왼쪽), 서울 서초동 ‘롯데캐슬 클래식’(오른쪽).

《9월 30일 본보기집을 여는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 서울 강북뉴타운에 들어서는 이 아파트에는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이름 뒤에 사업장이 위치한 행정구역인 동대문구 전농동을 의미하는 ‘전농’과 크리에이티브 시티(creative city·창조적인 도시)를 합성한 ‘크레시티’가 펫 네임(pet name·애칭)으로 붙어 있다. 당초 건설사와 주택조합이 논의했던 아파트의 펫 네임은 지금과 달랐다.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조합원 투표에 붙인 결과 ‘전농 크레시티’가 펫 네임으로 최종 결정됐다. 주민들이 아파트 이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펫 네임은 브랜드에 꼬리표 달기

아파트에 펫 네임이 붙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에는 동일한 지역에 같은 건설사의 아파트가 모이면서 메인 브랜드에 지역이름을 앞 또는 뒤에 붙이는 식이었다. 이후 서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삼성동 ‘롯데캐슬 킹덤’ 등과 같이 서울 강남지역에서 분양하는 고급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아파트는 지역이름에 좀 더 튀는 펫 네임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는 이런 펫네임 붙이기가 전국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에는 ‘다대 롯데캐슬 블루’ ‘더샵 센텀포레’ ‘쌍용 예가 디오션’ 등 지역적 특성을 살린 펫 네임을 붙인 사례가 적지 않다. 주거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주상복합아파트 등에 따로 브랜드를 적용하기보다는 브랜드를 하나로 유지하면서 펫 네임을 붙이는 사례도 늘었다.

펫 네임의 유행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우선 메인 브랜드를 통한 상품 차별화가 진화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동욱 삼성물산 브랜드 팀장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아파트 이름은 ‘차별화’의 수단이 됐지만 공급량이 늘면서 그 영향력이 줄었다”면서 “브랜드 아파트가 대중화되면서 다른 방식으로 세분화되고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침체된 아파트 시장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건설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머더 네임(mother name)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 자체보다는 개별 펫 네임을 사용함으로써 신선한 느낌을 주고 주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펫 네임은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우려

하지만 아파트에서 브랜드는 여전히 민감한 영역이다. 과거 건설사들은 아파트 브랜드를 2개 이상 갖는 것을 금기시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면 같은 건설사에서 지은 아파트라도 브랜드 사이에서 우열이 정해지고, 선호도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서울 동작구 롯데 낙천대 아파트 입주자들이 페인트칠 공사를 하면서 ‘롯데 캐슬’로 이름을 바꾼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사들은 펫 네임을 만들지 않는 것을 규정화하기도 한다. 대림산업은 2000년 e-편한세상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펫 네임을 붙이지 않고 있다.

임희석 대림산업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건설사가 동일해도 펫 네임을 가진 아파트는 그렇지 못한 아파트보다 품질이 뛰어나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별도의 펫 네임 만들기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의 마케팅 관계자는 “펫 네임을 남발하면 머더 네임 브랜드 이미지만 훼손할 수도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펫 네임 붙이기는 진화하며 늘어날 것

펫 네임 붙이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동안 고급스러운 면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둔 펫 네임 달기가 유행이었다. 그래서 남다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하이어스, 휴레스트, 트리베라와 같은 어려운 단어들이 남발됐다.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펫 네임은 타깃 소비자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이름”이라면서 “사람들이 다소 어려운 단어도 친숙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다. ‘서수원 레이크 푸르지오’ ‘아이파크 포레스트 게이트’ 등 지역 특성이나 단지 조경의 특징을 살리는 펫 네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 삼성물산 김동욱 팀장은 “종전에는 색다른 느낌을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지역의 특성을 은근히 드러내면서 고급스럽거나 세련된 느낌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주거유형이 세분화되고 이에 맞춰 건설사들이 내놓는 주택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상품에 개별 브랜드를 유지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앞으로 펫 네임을 활용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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