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를 압박하는 방식의 동반성장 추진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공생(共生) 발전을 위해선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6∼16일 행정·정치·경제·사회학 관련 학계 및 연구기관의 전문가 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생 발전의 개념과 추진 방향에 관한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감세 철회’에 대해 응답자의 68%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세 철회가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29%, ‘필요하다’는 의견은 39%였다. 반면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공생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소득 격차를 축소하는 게 필요한데 감세로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세금 감면은 자칫 재정 악화를 초래해 공생 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려고 했지만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 계획을 철회한다고 8일 밝혔다.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반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동반성장 정책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9%, ‘매우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7%였다. 반면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2%에 그쳤다.
현 정부의 정책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득권층이나 대기업들이 외형적으론 동반성장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열사와 협력사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시장구조나 행위 전반에 대한 틀을 개혁하기보다 대기업 총수를 압박하는 방식의 동반성장 추진 전략은 장기적으로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동반성장 정책이 부실한 이유로는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 부족’(20%), ‘최고 정책결정자의 비전 제시 불확실’(20%), ‘민간 부문의 신뢰와 참여 미흡’(17%)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공생 발전을 위해서는 표준거래계약서 등 공정거래질서 강화, 산업 및 유통구조 개편, 중소기업 자금 지원 및 세제 혜택,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 선정 등을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꼽았다. 반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선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27%에 그쳤다.
이민호 사회조사센터 센터장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치우쳐 공생 발전의 본질적인 취지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며 “민간 기업을 압박하기보다는 동반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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