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되면서 금융 부문의 충격이 실물로 전이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수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유럽에 이어 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한국 경제는 한동안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8월 중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4억 달러에 그쳤다. 전달의 37억7000만 달러 흑자에서 급감한 것으로, 올해 1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패널 수출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0%, 22.1% 감소했고, 전기전자제품 수출도 1.7% 줄어든 요인이 컸다.
한은은 기업들의 여름휴가가 집중된 8월에는 계절적으로 경상수지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감소 폭이 커 계절적 요인 외에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줄어드는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2009년 8월과 작년 8월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각각 13억 달러, 19억7000만 달러였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지만 9월 이후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심화되면서 흑자 규모가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29일 전국 500개 수출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6.8%가 올해 수출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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