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원 끊겨도 原電 안전한 장치 세계 첫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 원자력硏, 냉각수 자동공급장치 1차 성능시험 완료

전 세계에서 3대(한국 독일 일본)뿐인 원자력 모의사고 종합실험장치인 ‘아틀라스’. 한국
원자력연구원은 이 아틀라스를 이용해 ‘블랙아웃’ 실험을 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전 세계에서 3대(한국 독일 일본)뿐인 원자력 모의사고 종합실험장치인 ‘아틀라스’. 한국 원자력연구원은 이 아틀라스를 이용해 ‘블랙아웃’ 실험을 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발전소의 전원이 끊기더라도 자동으로 냉각수를 공급해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는 피동보조급수장치(PAFS)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PAFS가 원전에 설치되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처럼 발전소 내외부에서 전원이 완전히 끊겨도 원전과 핵연료를 냉각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로 폭발 같은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백원필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은 “PAFS는 지난달 1차 성능시험을 완료했다”며 “원전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장치로 해외 수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3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의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곳이다. 27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지 200일이 되는 날이다. 이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 확보가 각국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만큼 원자력연구원의 연구진은 노심용융, 증기폭발, 방사성 물질 대량 누출과 같은 원전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안전기술 개발에 밤낮없이 매달려 왔다.

원전 비상사태 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원자로와 핵연료의 안전한 냉각이다. 열이 식지 않으면 노심용융이 발생해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까지는 원전 에 전원이 끊기더라도 5단계 전원공급 시스템으로 원전이 가동되기 때문에 심각한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5단계 전원공급 시스템은 발전소 내 자체발전, 인근 발전소에서 끌어오는 전원, 디젤발전기, 비상배터리, 배터리 차량 등을 통한 대체 전원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수단이 불가능해졌을 때를 대비한 것이 PAFS다. PAFS는 모든 전원이 차단돼 펌프가 작동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연구원 측은 개념설계와 자체 안전연구를 끝낸 상태로 10, 11월 예비실험과 내년 초 본실험 때 원자력 모의사고 종합실험장치인 ‘아틀라스(ATLAS)’와 연결해 원전 전체 시스템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실증할 예정이다.

송철화 열수력안전연구부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5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국제원자력회의에서 PAFS의 개념 설계를 처음 소개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원 입구에서 차를 타고 3분여를 들어가니 6층 높이의 철골 구조물 사이로 복잡한 배관들이 보였다. 이것이 독일 PKL, 일본 LSTE와 함께 세계에서 3대뿐인 모의사고 종합실험장치인 ‘아틀라스’다. 높이 30m의 아틀라스는 핵연료 대신 전기를 이용해 증기를 생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원자로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 장치다. 전체 크기는 경수로의 280분의 1이지만 압력 최대 185기압, 온도 370도로 원전 내부와 똑같다. 곳곳에 설치된 1260개 계측기를 통해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고장을 일으켜 보고 그 데이터를 모은다.

연구원은 10, 11월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처럼 원전에 들어가는 내외부의 모든 전원이 완전히 사라지는 ‘스테이션 블랙아웃’(발전소 내 비상계통을 운용할 전력까지 공급되지 않는 것) 예비실험을 하기로 했다. 예비실험이 끝나면 기초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에 본격적인 실험을 한다. 이 실험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처럼 원전 내부 전원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전혀 전원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원전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를 점검해 대응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원전사고 시 가장 심각한 것은 연료가 녹아내려 원자로 바깥으로 핵물질이 노출되는 것이다. 증기폭발은 금속 등 물질이 녹은 고온의 용융물이 물과 반응해 순간적으로 엄청난 열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말하는데, 용융물의 양에 따라 폭발력은 위력적일 수 있다. 5월 증기폭발실험장치인 ‘트로이(TROI)’를 통해 핵연료도 증기폭발을 일으킨다는 점을 알게 됐다. 또 연구진은 증기폭발이 일어나도 원자로의 격납고를 파괴시킬 정도의 폭발력은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핵연료가 녹았을 때 노심이 아닌 원자로 측면이 깨지거나 터지는 상황을 만들어 관찰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내년 3월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어날 수 있는 도심 내 방사능 사고나 테러에 대비한 오염 확산과 피해 예측 프로그램인 ‘메트로-K’도 개발한 상태다. 현재 개발 마무리 단계로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한 핵 오염 가상 시뮬레이션 중이며, 내년 2월경 프로그램이 완성될 예정이다.

대전=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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