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내년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정보기술(IT)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최대 30%까지 급락하는 등 대부분 업종의 내년 영업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들의 내년 실적전망이 계속 내리막길을 걸으면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폭락한 국내 증시는 반등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상당 기간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39개 증권사는 최근 두 달 새 내년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6.9% 하향 조정했으며 앞으로도 전망치를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기 직전인 7월 말 주요 65개 상장사의 내년 영업이익을 총 104조7370억 원으로 내다봤으나 9월 말 97조4696억 원으로 6.9% 낮춰 잡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요 10개 IT기업의 2012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7월 말 25조2164억 원이었으나 이달 들어 9.6% 줄어든 22조7832억 원으로 수정됐다. IT업종 대표주자 중 하나인 LG디스플레이의 2012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142억 원에서 6331억 원으로 무려 37.6%나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은 18조1175억 원에서 17조868억 원으로 5.7%, 하이닉스도 2조387억 원에서 1조4286억 원으로 약 30%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종 3개 기업의 전망치는 7월 말에 비해 20% 감소했고 정유업종 영업이익도 11.5% 하향 조정됐다. 증권업계는 SK텔레콤의 내년 영업이익을 7월 말 예상보다 30.4% 줄어든 2조5278억 원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반면 STX팬오션은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망치가 29.5% 높아졌고 현대백화점(11.8%) 아모레퍼시픽(5.2%) 등도 7월 말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조사 대상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세 곳 이상의 증권사가 내년 영업이익을 예상한 기업으로 시가총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이익수정비율’이 ―8.0%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것은 이익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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