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자다가도 웃는 포스코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달 30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오른쪽)과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이 미얀마 가스전 개발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제공
지난달 30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오른쪽)과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이 미얀마 가스전 개발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제공
“미얀마 가스전이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데 참여하시겠습니까.”

1997년 미얀마 정부가 현지 서부해상 7개 광구 가스전(田) 개발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왔다.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왔던 대우인터내셔널이었지만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얀마 서부해상은 이미 1970년대 프랑스 메이저 석유회사인 토탈사를 비롯해 미국, 일본 회사들이 달려들어 모두 7개 광구 시추작업을 벌였지만 끝내 가스를 찾지 못했던 곳이었다. 돈 낭비, 시간 낭비 하기에 딱 좋은 ‘파도 안 나오는’ 지역으로 알려져 25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 대우인터내셔널 내부적으로도 외환위기 직후 워크아웃이 진행되던 힘든 시기였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에 배짱 좋게 베팅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과거 실패한 사례를 꼼꼼히 분석해본 결과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메이저 기업들은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겉으로 튀어나온 지형, ‘눈에 보이는 곳’만 찾아다녔다는 점을 알아냈다. 뚫어 보고 없으면 철수하는 식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층서 트랩’이라는 새로운 탐사기법을 썼다. 겉은 평평하더라도 땅 아래 심층까지 뒤져 원유와 가스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현장에서는 꼭꼭 숨어 있는 가스를 캐내기 위해, 본사 경영진은 손금이 닳도록 금융권 관계자들을 설득해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밤낮으로 뛰었다.

그리고 14년. 대우인터내셔널은 굴지의 외국 대기업들이 두 손 들고 떠난 미얀마 서부해상에서 최초로 가스전을 찾아내고 개발한 기업이 됐다.

지난해 8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과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미얀마 A-3광구 미야(Mya) 가스전 현장을 찾았다. 이미 3개 생산정(井)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데 이어 4번째 생산정에서도 당초 기대했던 양의 가스 매장량을 확인하고 산출 시험을 마무리하던 날이었다.

가스를 뽑아내는 소리는 마치 포탄을 쏘는 듯했다. 이 현장에서 정 회장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광구를 가리키며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미얀마 가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포스코 패밀리사가 동반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광구는 생산설비를 모두 갖추는 2013년 5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4년 1월 미얀마 A-1광구에서 슈웨(Shwe·황금) 가스전 탐사에 처음으로 성공한 데 이어 2005년 A-1광구에서 슈웨퓨(Shwe Phyu) 가스전을, 2006년에는 미야 가스전을 연이어 발견했다. 모두가 갈망하던 ‘보물선’을 찾은 셈이다.

이 3곳에서 캐낼 수 있는 가스 매장량은 4.5조 입방피트. 이는 과거 30년간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견한 석유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이 가스는 800km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전량 중국으로 수출된다.

이동희 부회장은 “미얀마 가스전 수익은 가스 생산량이 피크에 도달하는 2014년부터 20년 동안 매년 3000억∼4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미얀마 가스전 생산이 본격화하면 대우인터내셔널은 한국을 대표하는 자원개발 전문 종합상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