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핀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 의회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재정 및 기능 확대개편안을 승인해 유로존을 위협하던 최대 뇌관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한 고비 넘겼다. 하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의 국채 만기가 이번 달에 집중돼 있는 등 많은 난관과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10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4개국 국채는 952억 유로(약 152조3200억 원)나 된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가신용등급 평가 결과도 관심사다.
○ 불 꺼지지 않는 화약고 그리스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제공 조건으로 제시한 2011년과 2012년 재정적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고 2일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올해와 내년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8.5%와 6.8%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예산안을 내놓았다. 4일 의회에 제출될 이 목표는 그리스가 EU와 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수치다. 당초 그리스는 GDP 대비 재정적자를 올해 7.6%, 내년에는 6.5%까지 낮출 계획이었다.
그리스가 1100억 유로의 1차 구제자금 6차분인 80억 유로를 이달에 받아 디폴트를 면해도 중장기적으론 7월 유럽 정상들이 합의한 109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 자금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리스는 세금 인상과 공공부문 임금 삭감, 공무원 감원 등의 조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리스 노동계는 정부의 긴축 계획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이달에 2차례 벌이겠다고 하는 등 국민의 반발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 EFSF 확대 장애물
유로존이 EFSF의 가용 자금 규모를 기존의 2500억 유로에서 전체 기금 규모인 4400억 유로까지 늘리는 내용의 개편안 발효는 17개 회원국 모두의 비준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이달 비준을 앞두고 있는 국가 중 네덜란드와 몰타는 승인 가능성이 높지만 슬로바키아가 막판 관건으로 부상했다.
유로존의 빈국인 슬로바키아는 방만한 살림살이로 빚더미에 앉았는데, 상대적으로 자신들보다 부유한 그리스를 지원하는 건 옳지 않다는 여론이 슬로바키아 내부에서 일고 있다. 4개 정당이 참여한 연립정부 내 제2당인 보수 성향의 ‘자유와 연대(SaS)’가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SaS가 반대하면 법안 승인에 필요한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한다.
또한 유로존 내 3, 4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금융위기에 직면하면서 EFSF 개편안만으론 유로존 위기 대응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FSF 기금을 최소 8000억∼1조 유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된다. 유로권 재무장관들은 3일(현지 시간) EFSF 증액 방안을 논의한다. ○ 경기 살리기도 발등의 불
EU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 조치에 몰두하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성장세가 급락해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따라 EU 국가 중 GDP 대비 적자율이 3%를 넘지 않는 재정 건전국은 정부 지출과 실업 급여 등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도록 해야 한다는 방안이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부양책이 별 효력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가운데 6일 열리는 ECB 월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장기자금조달 수단인 커버드 본드(자산담보부증권) 매입 재개 등 부양책이 나올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ECB는 올해 들어 4월과 7월 각각 0.25%의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물가의 고삐를 죄었다. 하지만 이후 유로존 경기 침체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ECB가 10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편 유로존 기관차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6일 베를린에서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를 만나고, 9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해 위기 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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