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장들의 톡톡 튀는 회의 주재 스타일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장들은 회의석상에서 깜짝 승진식을 실시해 직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회의 때 모래시계를 이용해 회의시간을 단축시키려고 하는 등 금융계의 딱딱하고 보수적인 회의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 회의 때 승진식 거행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7월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 도중 갑자기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싶다”며 장선영 발안지점 부지점장과 이정숙 신림로지점 창구담당 대리를 불렀다. 그는 어리둥절한 채로 단상에 오른 두 사람에게 “기왕 나왔으니 이거라도 받으라”며 족자를 선물했다. 장 부지점장의 족자엔 ‘지점장으로 승진 발령한다’, 이 대리의 족자에는 ‘서비스 직군에서 일반 직군으로 승격한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생각지도 않던 승진, 승격 통보를 의외의 자리에서 받은 두 사람은 이내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정기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이뤄진 특별 승진은 1999년 우리은행 창립 후 처음이었다. 하반기 정기인사가 이뤄진 지 얼마 안 된 터라 이들의 놀라움은 더 컸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8월 29일 본부장회의에서 남기섭 부행장의 상임이사(등기임원) 승진식을 치렀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상임이사는 은행장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기 때문에 그동안의 승진식은 국민의례까지 포함한 거창한 행사로 치러졌다. 하지만 김 행장은 회의 도중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한마디 한 뒤 남 부행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승진식을 끝냈다. 김 행장은 “행사는 형식과 격식을 탈피할수록 좋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도 9월 1일 임원회의 도중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 4명의 특별 승격식을 했다. 이 특별승격 역시 2001년 KB국민은행 출범 이후 최초였다.
○ 모래시계 놓고 회의시간 단축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7월 22일 열린 하반기 영업추진회의 때 모래시계를 들고 나왔다. 그는 지점장들에게 “영업점을 운영할 때 모래시계를 활용해 회의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직원들이 그 시간에 현장에 나가도록 만들라”고 지시했다. 김 행장도 모래시계를 사용해 1시간짜리 임원 회의를 30분으로 줄였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매주 월요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 및 임원회의 등을 금요일에 열도록 바꿨다. 월요일에 회의를 하면 직원들이 회의 자료 준비를 위해 주말 근무를 할 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8일부터 일주일간 국제통화기금(IMF) 총회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을 다녀온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출장 준비를 아이패드 하나로 끝냈다. 그는 전 임원에게 ‘출장 기간에 열리는 회의를 아이패드를 통한 업무 보고로 끝내라’고 지시했다. 신한은행은 6월 은행권 최초로 태블릿PC 회의 시스템을 구축했고, 7월에는 전 부서장이 참여하는 경영전략회의도 종이문서 없이 태블릿PC에서 문서를 다운로드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서 행장은 매주 월요일 열리는 전국 24개 영업본부 영업본부장과의 회의, 월 1회 열리는 전국 1000여 개 영업점 부서장과의 회의도 화상으로 한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회의를 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 단축도 가능해 효과 만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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