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는 듯했던 저축은행 업계에 또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후순위채권의 만기가 하반기에 집중된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충당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일부 저축은행이 적정 규모의 자본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정기 예·적금 만기가 연말에 몰려 있어 유동성 위기마저 우려되고 있다.
3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내년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후순위채 2014억 원 가운데 만기가 올해 하반기에 돌아오는 후순위채는 7개 저축은행의 1024억 원어치(50.8%)로 집계됐다. 내년 상반기가 만기인 후순위채는 6개 저축은행 690억 원, 내년 하반기 만기인 후순위채는 2개 저축은행의 300억 원 등이다. 보통 만기 5년으로 발행된 후순위채는 그동안 자금이 부족한 저축은행들이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모아 자본을 늘리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 피해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돼온 점을 고려해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에 대해선 사실상 차환 발행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후순위채 발행 저축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정기 예·적금의 만기가 연말연시에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NICE신용평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저축은행(계열 저축은행 3곳 포함)의 정기 예·적금 22조 원 가운데 약 9조 원(41%)의 만기가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만기 예금을 재예치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만기 고객들이 예금을 대거 인출해 갈 개연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저축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남은 3조 원가량의 ‘요주의’ PF 채권도 부실채권으로 떨어질 개연성이 높아 저축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F 채권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해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들을 가려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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