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코스피는 1,650 선까지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 육박하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 다행히 독일 의회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날아들면서 9월 30일 상승세로 한 주를 마무리했지만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환율은 여전히 1150원대를 훌쩍 넘어 적신호를 울리고 있고 유럽 재정위기 해결도 갈 길이 멀다.
이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원화 약세로 인한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가 많다. 환율이 상승해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단가가 내려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것이 정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 대표 수출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 삼성전자 다시 날개 펴나
올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는 실적에 대한 우려로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반도체 가격이 폭락한 데다 미국, 유럽의 소비도 위축돼 아무리 대장주인 삼성전자라 해도 견뎌내지 못하리란 전망이었다. 이러한 부정적 시선에 삼성전자 주가는 8월 19일 68만 원까지 내려갔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런 평가를 바꿔 놓은 효자는 스마트폰. 2분기까지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2000만 대로 비슷했다면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2900만 대로 애플(2500만 대)을 앞서 나간다는 예측이 나왔다. 원화 약세도 힘을 실어줬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 실적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진 것. 이선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에 환율 상승은 긍정적인 요소”라면서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3000억 원의 이익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는 매출의 90% 이상이 수출인 반면 비용이 원화로 지출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환율 수혜주’로 꼽히면서 삼성전자는 약세장에서도 선전을 펼쳤다. 9월 초만 해도 77만 원대에 머무르던 주가가 30일 기준 84만 원으로 상승했다.
물론 여전히 삼성전자를 향한 불안한 시선이 존재한다. 유럽 등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전자제품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부진한 시장상황 속에서 실적이 제대로 나오지 못한다면 환율 강세로 인한 효과도 단시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현대차, 일본 업체보다 유리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보다는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를 환율 수혜주로 꼽는 전문가도 많다.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뒷받침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상황도 나쁘지 않아 좋은 실적이 기대되기 때문.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물론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환율 급등이 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는 있다”라면서도 “앞으로도 환율이 적어도 11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돼 글로벌 시장의 가격경쟁에서 유리해진 데다 최근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쟁자인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이 엔화 강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이 엔화 강세에 시달리면 국내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일본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9월 30일 기준 100엔당 1530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환율 수혜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이 안정 구간에 있을 때 유리한 종목과 불리한 종목을 나눌 수 있다”라며 “아직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수혜주를 나누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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