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명품 시계보석 브랜드 카르티에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주춤한 모습이었으나 중국인 큰손들의 ‘러브콜’로 올해 신라면세점에서 다른 유수의 명품 브랜드를 제치고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동아일보DB·연합뉴스
프랑스를 대표하는 보석 및 시계 브랜드 카르티에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부유층에서 최고의 인기였다. 카르티에 시계는 최고의 혼수품 가운데 하나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카르티에는 최근 몇 년 새 복잡한 기능을 자랑하는 해외 초고가 시계 브랜드가 국내에 속속 들어오면서 주춤했다. 지난해 신라면세점 매출 순위에서 명품 가운데 간신히 10위에 턱걸이하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올해 9월까지 카르티에는 신라면세점에서 매출 1위 명품 브랜드로 올라섰다. 카르티에가 1년도 채 안 돼 10위에서 1위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인 ‘큰손’들이 있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고객 가운데 신흥 부호가 많은데 이들이 명품 구입에 나서면서 처음 시도하는 브랜드로 카르티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카르티에가 롤렉스나 오메가 등 전통 시계 브랜드보다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성향에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환율 덕분에 중국인 기세 등등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7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관광에 나서 1일부터 서울 각지의 백화점과 면세점, 동대문시장, 명동 일대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최근 사흘간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중국인 관련 매출은 지난해 국경절보다 300% 가까이 올랐다.
매년 있는 국경절 연휴지만 올해 유독 중국인들의 한국행을 부추긴 것은 환율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중국 위안화가 초강세인 반면 원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1위안에 166원 선이던 원-위안 환율은 4일 현재 186원 선으로 12% 올랐다. 게다가 중국 내에서 명품을 구입하려면 부가가치세의 일종인 증치세, 소비세, 영업세 등 세금 부담이 크다. 하지만 한국에서 구입하면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물고도 명품을 20%가량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환율 혜택까지 더하면 중국에서 사는 것보다 약 30%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격 메리트 때문에 중국인들은 쇼핑할 때 한국에서 초고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신세계백화점을 찾은 중국인 고객 2500여 명이 가장 많이 산 명품 브랜드는 루이뷔통과 샤넬을 제치고 가장 가격이 비싼 에르메스였다. 평소 이 백화점에서 에르메스는 루이뷔통, 샤넬에 이어 3위였다. ○ 카지노에서도 큰손으로 부상
관광과 쇼핑뿐 아니라 카지노에서도 중국인들의 기세가 당당했다.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카지노 객장은 중국인 고객들로 가득 찼다. 최근 카지노에서 중국 큰손들의 씀씀이는 딜러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일본인 고객들은 1만 원 단위로 칩을 바꿔가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인 고객들은 수십만 원 단위로 칩을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인 고객들은 돈을 잃고 나서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해외 카지노에서 쓴 돈은 80조 원에 달한다. 카지노 방문객도 전년보다 40% 이상 늘어 일본과 러시아를 제쳤다.
한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홍콩과 마카오의 경우 VIP룸에 들어가기 위한 예치금만 해도 1000만∼1억 원으로 매우 큰 편”이라며 “국내에서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VIP 대접을 받으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한국 카지노 선호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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