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29곳 자본잠식… 또 뭔일 있는 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부실금융 인수후 減資 안해… 살아남은 곳들도 불안 상존

현재 정상 영업 중인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과거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회사의 덩치를 줄이는 회계 조치를 하지 않아 무더기로 자본잠식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은 손실이 계속 불어나 회사의 자기자본이 납입자본보다 적어진 상태를 말한다. 부실 회사를 인수할 때는 발행 주식을 합쳐 납입자본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저축은행들은 이런 기본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4일 “2010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29개 저축은행이 자본잠식 상태지만 이 중 10곳 정도는 과거 감자(減資·자본금을 줄이는 것) 조치를 했다면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서울, 스마트, 흥국, 유니온, 호남솔로몬저축은행 등을 미숙한 회계처리로 자본잠식을 초래한 저축은행으로 지목했다. 예를 들어 웅진그룹은 지난해 8월 부실이 심해진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감자를 하면 주식 일부가 휴지조각이 돼 소액주주들이 반발할 것이라며 감자 대신 자본금 규모를 늘리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다른 저축은행들은 주주총회를 열어 주주 동의를 얻어야 할 뿐 아니라 감자 후 주식현황을 등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게 들자 감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 회사를 인수하면서 감자 없이 그대로 가는 것은 경제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위”라며 “몇몇 저축은행에 감자를 권고하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몰입해 있던 저축은행들에는 덩치를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조차 먹히지 않았던 셈이다.

회계처리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영업실적이 부진해 자본잠식에 빠진 저축은행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PF대출 손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분석 대상 89개 저축은행의 2010회계연도의 적자규모가 총 3653억 원으로 2009년(821억 원 적자)의 4.4배에 이른 것도 자본잠식 저축은행의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회계법인들은 저축은행들의 2010회계연도 결산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20개 저축은행에 주의할 점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특이사항으로 소개했다. 해당 저축은행이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자산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일부 보고서에는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이 들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문구도 가감 없이 담겼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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