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제 개편 ‘역주행 4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경유는 국내세금 비싸 수출… LPG는 운송비 들여 수입
경유값, 휘발유의 85% 수준… 세제 손질해 수급 조정해야

국내 정유회사들은 올해 8월까지 46억6000만 달러(약 5조4988억 원)어치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는 국내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2위인 반도체(32억 달러)보다 14억 달러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까다로운 유럽의 환경기준조차 넘어선 국산 경유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 있다. 2004년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칠레에선 국내 기업의 수출품목 1위가 경유다. 매년 10억 달러 이상 팔려 나간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많이 다르다. 경유는 가격이 비싸 잘 안 팔리는 까닭에 물량이 남아 수출하는 기름일 뿐이다. 국내 정유사는 올 들어 8월까지 1억8962만 배럴의 경유를 생산해 이 중 54.5%인 1억326만 배럴을 해외로 수출했다. 반면 경쟁 제품인 액화석유가스(LPG)는 같은 기간 국내 소비량 6441만 배럴 중 71.7%에 이르는 4620만 배럴을 수입했다. 경유는 남아서 수출하는 반면 LPG는 수입하느라 이중으로 운송비가 들고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까지 높아진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2007년 에너지 세제(稅制) 개편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 휘발유 가격의 75% 수준이던 경유 값을 85% 수준으로 높였다. 2005년 초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자 환경오염이 심한 경유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경유에 붙는 세금을 크게 늘린 것이다. 반면 친환경 에너지라는 평가를 받던 LPG 가격은 같은 기간 휘발유의 60%에서 50% 수준으로 낮췄다.

정유업계는 왜곡된 에너지 수급구조를 해결하려면 이 같은 세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디젤 엔진은 동급의 휘발유 엔진에 비해 30%가량, LPG 엔진에 비해서는 60%가량 연료소비효율이 높다. 또 배기가스 처리기술의 발달로 최근 판매되는 디젤 차량은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LPG 차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기계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시내버스의 환경성 및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디젤 버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시내버스의 97.4%에 이르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반면 연간 연료비는 디젤 버스가 80만 원가량 적게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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