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車들의 누드파티… 현대·기아차 상생 R&D모터쇼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6일 03시 00분


“뜯어보며 배운다”… 협력사 초청해 수입차 20여대 분해

국내외 자동차 110여 대가 전시되는 ‘R&D 모터쇼’가 5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렸다. 8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완성차 외에도 현대·기아차 협력사들의 연구개발(R&D)을 돕기 위해 차량을 분해한 절개차도 전시된다. 화성=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국내외 자동차 110여 대가 전시되는 ‘R&D 모터쇼’가 5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렸다. 8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완성차 외에도 현대·기아차 협력사들의 연구개발(R&D)을 돕기 위해 차량을 분해한 절개차도 전시된다. 화성=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도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 운전석에 앉아 경적을 여러 번 울려대더니 곧바로 운전석에서 내려 차 앞부분은 물론이고 보닛까지 열어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급기야는 줄자까지 꺼내 들었다.

5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R&D(연구개발) 모터쇼’ 행사장에서 만난 성일산업 직원 서성서 씨의 손놀림은 분주했다.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준비해온 종이에 차종별 특징을 꼼꼼히 적었다. 성일산업은 현대·기아차에 혼(경적) 시스템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다. 그는 “해외 경쟁 차종의 경적음 음색 및 크기와 소리가 나오는 곳의 위치가 차 중앙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모터쇼에는 약 1만2000m² 규모의 용지에 현대·기아차 차량 25대와 해외 경쟁사 차량 80대 등 110여 대의 차량이 전시된다. 서 씨는 “중소기업이 해외 모터쇼에 참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경쟁 차종을 분석할 좋은 기회”라며 “분석해야 할 차가 많아 모레까지 남양연구소에 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차량 100여 대가 한곳에

R&D 모터쇼는 2005년 ‘경쟁차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첫해에는 현대·기아차의 기술진만 참여했지만 이듬해부터 협력사에도 점진적으로 문호를 개방했고, 8회를 맞은 올해에는 445개 협력사의 기술진 5000여 명이 참가했다. 현대차는 “경쟁 차종을 분석할 기회가 드문 중소기업의 참여 요청이 많았다”며 “협력사의 참여로 자연스럽게 R&D 동반성장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모터쇼는 각 분야의 차량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모델별 특징에 따라 그린, 스몰, 콤팩트, 라지, 럭셔리, 레저, 테크놀로지 등 7개 구역(zone)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완성차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된 차량 중에는 내부 분석을 위해 차량을 뜯어낸 절개차 8대도 포함됐다.

이날 모터쇼 행사장에는 카메라를 손에 든 협력사 관계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참가를 희망하는 협력업체 수도 늘어나고, 그에 맞춰 전시 차량의 모델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이름을 ‘R&D 모터쇼’로 바꾸고 남양연구소 인근 지역 주민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 현대·기아차-협력사 ‘공동 R&D’ 무대

“이건 와이어(전선)를 직선으로 이었네요”

“우리는 와이어가 바깥으로 돌아서 나가는데 방식이 좀 달라요. 이대로 만든다면 만들 수는 있지만 효율적인지는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날 남양연구소 연구동에서 현대차 전기차 개발팀과 유라코퍼레이션의 기술진은 닛산의 전기차 ‘리프’를 분해했다. 전기차용 와이어를 만드는 유라코퍼레이션의 홍종하 선임연구원은 “경쟁 차종을 직접 분해하면서 장단점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분해 과정을 통해 R&D 기술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모터쇼 기간에는 리프 외에 수입차 20여 대의 분해작업도 진행된다.

현대·기아차와 협력사 기술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분해작업이 끝나면 부품은 해당 부품을 제조하는 협력사에 무상으로 제공된다. 포드 ‘포커스’의 분해작업에 참여한 서한산업 주성권 과장은 “분석용 부품 구매 비용을 절약하고, 경쟁차 부품 분석을 통해 장점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지해환 현대차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전무)은 “앞으로 자동차는 단순한 기술 개발로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완성차와 협력사가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개발해야 생존할 수 있는데, 모터쇼가 현대·기아차는 물론이고 협력사의 R&D 능력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