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전자 분야에서 각각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는 공통적으로 경쟁 제품을 분석하는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년에 한 번, 현대·기아차는 매년 개최하는 전시회에서 경쟁회사를 분석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2005년 ‘경쟁차 전시회’라는 명칭으로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R&D 모터쇼’에는 주요 연구담당 임원들이 모두 참석한다. 연구진은 경쟁 차종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현대·기아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남양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한 번 언급된 단점을 다시 지적받지 않기 위한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엔지니어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모터쇼 초기에는 경쟁차를 분해하면서 ‘이런 것도 있구나’라며 놀라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GM, 도요타 등 해외 유명 완성차 업체도 경쟁 차종의 분해·분석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처럼 정례적으로 하는 곳은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가의 차량을 완전히 분해하고,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외국차를 들여오다 보니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지만 그보다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며 “R&D 모터쇼는 현대·기아차가 각종 해외 품질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경쟁 제품과의 비교로 기술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삼성전자의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는 삼성 내부에서는 가장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는 행사로 통한다. 이 전시회에서는 경쟁사와 삼성 제품을 모두 분해해 부품부터 완제품의 성능까지 꼼꼼하게 파헤친다. 올해에는 7월 약 2000m² 규모의 전시장에서 생활가전, 반도체,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액정표시장치(LCD) 등 삼성의 67개 품목 365개 제품과 해외 100여 개 제품 등이 전시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종의 자기 통찰 기회라 괴로워하면서도 끝나고 나면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라며 “비교전시회는 ‘어떤 제품보다도 1등이 돼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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