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코스피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내며 5일까지 20.66% 폭락했다. 이 기간 폭락이 나타날 때마다 어김없이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있었다. 미국, 그리스, 이탈리아 등 국가 신용등급에 이어 3일(이하 현지 시간)에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덱시아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결국 구제금융이 결정된 이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은 국가 재정위기가 금융기관 파산을 거쳐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국가보다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강등이 더 위험한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 덱시아 은행 다음은 어디…
증권가에서 덱시아 은행은 ‘탄광 속 카나리아’로 불린다. 과거 광원들이 갱도에 들어갈 때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갖고 간 사실에 빗대 덱시아 은행을 유럽 위기상황의 해결 여부를 판단할 실험물로 본다는 얘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가 위기가 은행 위기로 전이된 상황이어서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가장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반대로 은행들의 자본 확충은 큰 호재”라고 밝혔다.
덱시아 은행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채를 각각 35억 유로, 150억 유로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거나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큰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4일 프랑스와 벨기에가 긴급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덱시아 은행을 구제하기로 한 것은 이 은행의 상황이 다른 유럽 은행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앞으로 덱시아 은행처럼 유럽계 다른 은행이 신용등급 강등을 맞는다면 현재의 글로벌 위기가 더 심각해진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는 코스피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초래해 증시 폭락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덱시아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5일까지 750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 예고된 강등은 증시에 영향 없었다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강등이 증시에 영향을 주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7월 25일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내렸을 때 코스피는 되레 상승했다. 강등 직후 거래일에는 18.22포인트 올랐고, 증시 상승세는 8월 1일까지 지속됐다. 그리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예견됐던 일이고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고된 신용등급 강등은 증시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례는 9월 19일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때도 나타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내린 다음 날인 9월 20일 코스피는 17.03포인트(0.94%)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강등 이후 3일간을 기준으로 봐도 코스피 하락폭은 1.11%에 불과했다.
이를 근거로 4일 S&P에 이어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시켰지만 코스피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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