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됩시다]“신용등급 강등, 이젠 은행권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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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6일 03시 00분


올 하반기 코스피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내며 5일까지 20.66% 폭락했다. 이 기간 폭락이 나타날 때마다 어김없이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있었다. 미국, 그리스, 이탈리아 등 국가 신용등급에 이어 3일(이하 현지 시간)에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덱시아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결국 구제금융이 결정된 이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은 국가 재정위기가 금융기관 파산을 거쳐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국가보다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강등이 더 위험한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 덱시아 은행 다음은 어디…


증권가에서 덱시아 은행은 ‘탄광 속 카나리아’로 불린다. 과거 광원들이 갱도에 들어갈 때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갖고 간 사실에 빗대 덱시아 은행을 유럽 위기상황의 해결 여부를 판단할 실험물로 본다는 얘기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가 위기가 은행 위기로 전이된 상황이어서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가장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반대로 은행들의 자본 확충은 큰 호재”라고 밝혔다.

덱시아 은행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채를 각각 35억 유로, 150억 유로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거나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큰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4일 프랑스와 벨기에가 긴급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덱시아 은행을 구제하기로 한 것은 이 은행의 상황이 다른 유럽 은행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앞으로 덱시아 은행처럼 유럽계 다른 은행이 신용등급 강등을 맞는다면 현재의 글로벌 위기가 더 심각해진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는 코스피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초래해 증시 폭락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덱시아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5일까지 750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 예고된 강등은 증시에 영향 없었다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강등이 증시에 영향을 주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7월 25일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내렸을 때 코스피는 되레 상승했다. 강등 직후 거래일에는 18.22포인트 올랐고, 증시 상승세는 8월 1일까지 지속됐다. 그리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예견됐던 일이고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고된 신용등급 강등은 증시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례는 9월 19일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때도 나타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내린 다음 날인 9월 20일 코스피는 17.03포인트(0.94%)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강등 이후 3일간을 기준으로 봐도 코스피 하락폭은 1.11%에 불과했다.

이를 근거로 4일 S&P에 이어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시켰지만 코스피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은 딱히 새로운 이슈가 아니어서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예고된 사실이지만 충격이 엄청났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상징성이 컸던 데다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실제 강등되진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던 까닭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코스피는 3일 동안 217포인트 이상의 폭락세를 보였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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