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애플에 삼성 “특허침해” 대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6일 03시 00분


삼성전자가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4S’가 발표된 지 만 하루도 안 돼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을 내며 전면전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신제품에 대해 ‘선제공격’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및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 아이폰4S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아이폰4S가 3세대(3G) 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WCDMA)의 통신표준에 관한 핵심 특허를 침해했기 때문에 판매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에 앞서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사옥에서 아이폰4S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은 아이폰4S가 발표된 지 약 15시간 만에 이뤄졌다.

○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애플이 올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에 대한 특허 소송을 낸 이후 삼성 측은 주로 맞소송 작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선제공격에 나서면서 두 회사가 ‘사생결단(死生決斷)’의 전쟁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해 왔다. 애플이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을 사가는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지나친 단가 압박과 삼성전자의 신제품인 갤럭시탭10.1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전면전밖에 답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유럽을 시작으로 한국과 다른 지역에서도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 유리한 지역을 선택

파리와 밀라노 법원은 각각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특허 1심 법원으로 특허전문 판사들이 포진해 있다. 그만큼 빠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말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승소하면 아이폰4S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할 12월 연휴 시즌에 애플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이들 법원에서 올해 6월 30일 삼성전자가 제소한 통신 특허침해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등록해 둔 특허 풀에 대한 자신감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가 이번 가처분소송의 근거로 제시한 특허는 3G WCDMA의 데이터 전송 기술과 관련된 3건이다.

○ 아이폰4S 발표는 호재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전자업계는 애플의 아이폰4S 발표에 대해 여러모로 ‘호재’로 여기고 있다. 혁신적인 신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던 대기 수요자들이 대거 삼성전자 갤럭시S2 LTE나 넥서스 프라임 등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2년 약정이 다 돼 가는 아이폰3GS 고객 약 90만 명 중 상당수가 롱텀에볼루션(LTE)폰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듯 이날 전반적인 시장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1.69% 상승했다.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S2 LTE가 애플의 아이폰4S보다 낫다는 평가다. 이론상 LTE가 3G보다 5배 이상 빠르기 때문이다. 이순학 미래에셋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판매량도 꾸준히 늘겠지만 대단한 혁신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스마트폰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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