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빈자리 4일(현지 시간) 미국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아이폰4S 제품 발표회에서 애플 임원들이 앉는 맨 앞줄의 한 자리가 비어 있다. 스티브 잡스의 자리다. 이날 발표회에선 잡스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애플 제품 발표회 화면 촬영
“애플은 비전을 제시하는 창조적인 천재를 잃었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 시간)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의 말대로 스스로가 애플 그 자체였던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애플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8월 잡스가 CEO에서 사임할 때만 해도, 적어도 2∼3년 동안은 애플의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무도 사임 후 두 달 만에 세상을 등질지 몰랐다. 그것도 시장과 소비자를 실망시킨 ‘아이폰4S’ 발표 다음 날에 말이다.
쿡 CEO는 하루 전인 4일 아이폰4S 발표 자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오랫동안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세계 부품 공급망을 관리하며 영업이익률을 높여온 ‘실무가’ 타입의 CEO라는 인상만 남긴 것이다. 아이폰5가 안 나온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신제품 발표회는 앞으로도 예전 같은 혁신이 없으면 ‘역시 잡스가 없어서’라고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송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쿡은 기술 선도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보기술(IT)업계를 선도해온 애플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본다”며 “애플의 핵심 멤버들 중에도 이탈자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애플의 디자인 천재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과 아이튠스 사업을 이끌어온 에디 큐 부사장 등이 이탈해 집단 지배 체제가 깨진다면 애플은 방향을 잃을 수 있다.
반면에 장세진 싱가포르국립대 석좌교수는 “사실상 잡스는 하나의 ‘종교’를 만들었다”며 “종교의 창시자는 죽더라도 ‘신도’들은 오래 남듯이 잡스가 없더라도 애플이 자신의 가치와 팬을 그대로 이끌어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세계 곳곳의 법원들을 바쁘게 하고 있는 특허전쟁이 누그러들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 포스트 잡스 시대에 애플이 대외적인 전쟁을 치를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의 특허전을 총지휘한 브루스 세웰 법무 담당자는 잡스가 2009년에 고용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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