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온다 해도 (한국 경제를) 걱정할 건 아닙니다. 오히려 위기가 수습된 뒤 외국 자금이 밀려올 걸 미리 내다보고 장기적 정책을 생각해 둬야 합니다.”
지난해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외환 규제 3종세트’(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 거시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마련을 주도한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사진)는 6일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걱정할 게 아니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세계 경제위기와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 그리고 G20 역할’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신 교수는 “시장 변동성 때문에 다소 불편하지만 시장 경색이 없는 만큼 (주가지수 같은) 단기적 헤드라인에 집착해선 안 된다”며 “정책 입안자는 이럴 때 한 걸음 물러서서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가 낙관론을 펴는 근거는 3가지. 재정건전성과 제조업 경쟁력, 그리고 환율.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튼튼하다”며 “해외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운용을 다변화하고자 할 때 한국 국채가 항상 리스트에 오른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출렁이는 것 역시 달리 생각하면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위기 때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가 나타나고 이는 곧바로 우리 경제의 힘이 된다는 것이다. 유로존에 묶여 화폐가치가 자국 경제수준보다 지나치게 높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그리스, 스페인은 그 반대다. 그는 “환율이 자동적 완충작용을 해 경기침체에 앞서 예방주사 역할을 한다. 위기 이후 V자 반등의 기반을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었던 지난해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하며 ‘외환 규제 3종 세트’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에는 무조건 문을 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사실상 처음 벗어난 것이다. 지금 규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기획재정부조차 당시에는 ‘G20 의장국이 자칫 해외자본 통제국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저금리 정책을 비롯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 정책 때문에 한국 경제가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받는다”며 “지금은 시기가 아니지만 위기 직후 몰려올 외국 자본에 대비해 기존 정책을 개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위기 때마다 항상 차입기관인 은행부문이 위기를 확대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해 왔다”며 은행 부문의 건전성 관리에 당국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유럽 위기는 은행부문의 위기가 국가채무 위기와 결합된 쌍둥이 위기”라며 “증액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한 은행 증자 없이 재정긴축만 해서는 유로존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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