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으로 중소 주택건설사들이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위기감이 커진 중소 건설사들이 리조트사업을 비롯해 방송사업, 수입차 판매사업 등으로 업종을 다각화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다.
주택건설전문업체인 호반건설은 광주·전남지역 민영방송인 광주방송(KBC)을 인수해 방송사업에 진출한다고 6일 밝혔다. 계열사인 ㈜호반이 최근 KBC 대주주인 럭키산업과 지분 인수 계약을 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조만간 방통위의 승인을 받으면 계열사를 포함해 KBC 지분 30%가량을 보유한 호반건설이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에 참여한다. 회사 관계자는 “방송 경험이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 더욱 성장한 건설사의 저력을 바탕으로 지역방송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민간임대주택 건설사인 부영은 약 1400억 원을 투자해 올 4월 전북 무주리조트를 인수하며 레저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부영 관계자는 “임대주택사업과 콘도사업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임대주택사업으로 축적한 고객관리 노하우를 리조트 운영에 적용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미분양 주택이 많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중소 건설사들과 달리 두 회사는 자금 사정이 좋은 편이다.
시공능력평가 49위로 성장한 호반건설은 어음을 쓰지 않고 현금결제만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며 최근 분양한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대전 도안신도시 등을 포함해 올해 7500채를 공급하며 2조 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영 또한 분양사업을 하는 건설사와 달리 안정적인 임대사업을 해 자금 여력이 크다.
외제차 딜러를 자회사로 세우고 수입차 판매에 나선 중소 건설사도 많다.
동양건설산업의 계열사이자 국내 렉서스 딜러 1호인 ‘D&T 모터스’는 지난해 순이익이 24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아우디 딜러인 도양기업은 지난해 수입차사업 매출(971억 원)이 건설업 매출(905억 원)을 앞질렀다. 반도건설은 닛산과 인피니티의 영남지역 공식 딜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전남지역의 중소건설사 중흥건설은 혼다의 호남지역 공식딜러인 제이원모터스를, 남광건설은 호남 제주지역에서 인피니티를 판매하는 노블모터스를 세웠다.
이들 건설사는 “외제차는 수요가 꾸준해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업종”이라며 “고급주택과 외제차 수요층이 겹쳐 기존 고객을 활용해 마케팅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수입차 사업을 할 정도의 자금력을 가진 다른 업종의 기업이 별로 없어 지방 건설사들의 딜러 진출이 활발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주택경기의 침체가 계속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막히면서 주택사업이 힘들어지자 중소 건설사들이 다른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며 “업종 다각화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도 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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