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과자일 것 같은데, 스틱에 초콜릿이 발라져 있으니 어찌 보면 초콜릿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빼빼로를 만드는 롯데제과에 따르면 정답은 초콜릿입니다.
때 아닌 빼빼로 혈통 논란이 나온 이유는 뭘까요. 답은 권장소비자가격을 유통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오픈프라이스 제도에 있습니다. 정부는 8월부터 라면과 과자, 빙과, 아이스크림 등 4개 품목을 오픈프라이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오픈프라이스가 물가 안정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값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뒤 정부는 오픈프라이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 업계에 새로운 가격은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 가격 기준으로 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사실상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인 지난해 6월 빼빼로의 권장소비자가격은 70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원재료인 카카오 값이 급등하면서 공급가가 올랐습니다. ‘빼빼로=과자’가 되는 순간 지난해 6월 수준으로 값을 정해야 하는 업체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온 겁니다. 더욱이 11월 11일은 이른바 ‘빼빼로데이’입니다. 특수(特需)를 앞둔 업체로선 가격표가 없는 편이 여러모로 편합니다.
롯데제과는 “빼빼로는 초콜릿 가공품으로 분류된 엄연한 초콜릿 제품으로 과자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며 “빼빼로가 출시된 1983년부터 빼빼로를 계속 초콜릿 가공품으로 분류해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롯데제과 과자 관련 사이트를 보면 빼빼로는 초콜릿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과자류의 비스킷이라고도 소개돼 있습니다.
‘업계 1위’인 롯데제과를 따라서 다른 기업들도 초콜릿이 포함된 제품의 가격을 표시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래저래 ‘빼빼로가 과자인지 초콜릿인지 관심도 없는’ 소비자들만 비싼 값에 사먹게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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