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스페셜]‘제품소개’ 앱은 없다… ‘도시안내’ 앱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나이키 ‘True City’ / 나이키 ‘geo tagging’
나이키 ‘True City’ / 나이키 ‘geo tagging’
나이키는 달리기(GPS running club), 실내 운동(Training club), 도시 안내(True city) 등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런데 나이키의 제품을 직접 소개하는 앱은 없다. 왜 그럴까?

나이키는 이런 앱을 통해 현재 고객 또는 잠재 고객과 접촉하며 고객 정보를 모은다. 고객이 자주 가는 장소, 동선, 운동 종류, 운동 시간대와 같은 다양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확보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도시 안내 앱이다. 나이키는 유럽 주요 6개 도시를 소개하는 이 앱을 만들어 놓고 젊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좋아하는 식당, 주점, 전시, 공연, 쇼핑 등 지역 정보를 올리도록 했다. 이 정보들은 앱과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사용자와 공유된다. 도시 안내 앱은 2010년 2월 서비스 시작 후 첫 달에만 구글 검색 횟수 130만 건을 기록했다. 아이튠스에서는 다운로드 횟수 14만 건을 기록해 유럽 지역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폴크스바겐 ‘Real Racing’
폴크스바겐 ‘Real Racing’
나이키처럼 최종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없는 회사들은 별도의 통로를 갖춰 고객 정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고객 정보를 보유할수록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개인화된 판촉 활동을 진행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앱처럼 자사 상품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매출을 높이려는 시도는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있어 왔다. 타이어 제조회사인 미쉐린은 자동차 사용을 늘려 타이어 소모를 촉진하기 위해 여행용 지도를 제작해 판매했다. 주요 식당을 등급화해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개인 단위의 접촉 수준까지는 내려가지 못하고 매스 마케팅 수준에 머물렀다.

모바일 인터넷의 등장은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고객과 직접적인 접촉이 거의 없는 대부분의 소비재 제조업체와, 직접 접촉은 있으나 고객 정보를 얻기 어려운 요식업, 극장, 놀이동산 등 서비스업체에 스마트폰 앱, 모바일 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은 고객과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사용자가 특정 시간대에 어느 장소에 있었는지 같은 아주 세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디아지오 ‘Global Nightlife Exchange’
디아지오 ‘Global Nightlife Exchange’
폴크스바겐은 자사의 전략 차종인 골프 GTI를 모는 자동차 경주 게임을 아이폰 앱으로 제공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회사는 골프 GTI의 잠재적 구매층과 기술에 민감한 아이폰 사용자 간에 겹치는 부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해 아이폰 사용자를 주요 타깃으로 했다. 특별 제작한 차량을 경품으로 내놓았고, 게임을 많이 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도록 해 잠재 고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 앱은 6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36개국에서 무료 앱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고객의 시승 신청과 판매 책자 요청이 80% 넘게 늘었다.

디아지오는 2010년부터 16개국에서 최고의 밤 문화를 찾는 캠페인을 열고 있다. 이 회사는 고객들이 스미르노프 보드카를 마시며 보낸 특별한 시간들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해 유튜브, 플리커 등에 올리도록 했고 트위터에서는 토론과 투표를 통해 최고의 파티를 선정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팬들에게는 다른 도시의 밤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도 줬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2011년 캠페인에는 9월 현재 미국 약 95만 명, 영국 약 66만 명, 브라질 약 100만 명이 ‘좋아요’를 표시하며 참여하고 있다.

뉴미디어를 잘 활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고객 입장에서 이용하기 쉽고, 재미있고, 유용한 프로그램이라고 여겨진다. 기술 마케팅 관련 조사 기관인 포리스터 리서치는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산뜻하게 보이는 미적인 기준을 충족시킬 것을 권한다. 둘째, 사용자의 경험을 다양한 방법으로 올릴 수 있고 그 내용이 사용자 간에 쉽게 전파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타깃 사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매체를 중심으로 고객과 접촉하면서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다른 매체도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나이키는 유럽 6개 대도시의 행사 참석자 중 상당수가 이미 아이폰 사용자였기 때문에 아이폰 앱을 출시하면서 지오 태깅(geo tagging·사진 등에 위치정보 붙이기)과 같은 방법도 활용했다. 디아지오는 캠페인 첫해에는 웹을 중심으로 유튜브와 플리커를 활용했다. 하지만 2011년에는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공하고 있는 고객 경험이 얼마나 독창적인가’도 검토해 봐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폴크스바겐의 자동차 경주 게임과 비슷한 벨로스터 앱을 제공하고 있지만 처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 폴크스바겐에 비해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독창적인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스미르노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타깃 고객의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하이테크마케팅그룹 이사  
정리=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0호(2011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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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바꾸는 부동산

▼ 기업 부동산 포트폴리오 전략


부동산은 제조업이건 서비스업이건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일 보유 부동산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거나 적기에 자산 재평가를 하지 않으면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도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이 주택을 마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사 및 영업용 건물 등 사용 목적이 분명한 부동산을 보유할 때도 본연의 사용목적 이외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진이 축적하고 있어야 할 부동산 자산의 관리 및 운용 전략을 제시한다.

엉뚱한 M&A 피하려면…

▼ Harvard Business Review


기업 성과 개선, 혹은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인수합병(M&A)은 매우 매력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M&A가 실패하는 비율은 70∼90%에 이른다고 한다. 경영자가 M&A의 전략 목표에 부합하는 피인수 후보를 제대로 골라내지 못하고 현재의 운영 현황을 개선하기 위한 M&A와 자사의 성장 목표를 현저하게 변화시킬 M&A를 구분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 결과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하게 된다. 경영자들에게 피인수 대상 기업을 잘 고르고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며 바람직한 통합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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