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6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받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61)에게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지지부진하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이르면 연내 매듭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을 근거로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조건 없는 지분매각 명령을 내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본보 9월 29일자 A1·B3면 참조 A1면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확실 B3면 금융위 “외환銀 지분, 조건없는 매각 명령 내릴것”…
금융위는 6일 판결 직후 발표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판결 관련 참고자료’에서 “론스타는 은행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론스타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라’는 내용의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법 시행령상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다. 현행법상 은행의 대주주는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았다면 10% 한도를 초과해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론스타는 충족명령을 받는 즉시 보유 외환은행 주식 51.02% 가운데 10% 한도를 초과하는 41.02%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배당을 포함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줄어 사실상 경영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어 정부의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면 금융위는 론스타가 한도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41.02%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리게 된다.
금융위는 이 충족명령과 관련해 “형식적인 절차일 뿐 론스타가 이 명령을 이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주가조작으로 유죄가 확정된 상태에서 론스타가 대주주 적격성을 회복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론스타가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한 뒤 한도초과 보유 주식을 처분하라는 강제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다만 이 처분 명령의 근거가 되는 은행법 16조에는 자격이 없는 대주주에 대해 주식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는 점만 있을 뿐 매각 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다. 론스타로서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체결한 주식이전 계약대로 지분 전량을 하나금융에 넘기면 되는 셈이다. 이른바 ‘먹튀 자본’이 얻는 이익을 줄이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공개매각하도록 지시하는 ‘징벌적 매각’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조치라는 것이 금융위의 시각이다. 특히 한국이 외국자본을 차별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퍼지면 금융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금융위는 우려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은행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론스타와 인수가격 재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을 넘겨받는 대로 하나금융이 새로운 대주주로서 적합한지를 심사한다. 금융계는 하나금융이 심사를 무난히 통과해 이르면 연내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 씨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하면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유보해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지연될 수도 있다. 3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뒤집힐 개연성은 거의 없지만 재상고에 따른 지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서울고법은 2003년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 감자(減資·주식을 합쳐 자본을 줄이는 것)설을 유포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론스타 유 전 대표에 대한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벌금 42억9500만 원은 선고유예했다. 재판부는 “(유 전 대표는) 적어도 2003년 11월 19일 조선호텔 커피숍에서 있었던 론스타 임원회의 이전부터 외환카드 감자설을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 전 대표는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감자 검토 발표 논의를 주도하고 관여했으며 합병 전 감자를 실행할 것처럼 언론에 발표하는 방법 등으로 증권시장 신뢰를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유 전 대표는 2003년 11월 외환은행의 론스타 측 이사들과 공모해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하고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수익률 조작 등의 혐의로 243억 원 규모의 배임과 21억 원 규모의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재상고 시한은 선고일로부터 일주일이며 유 전 대표 측은 대법원에 재상고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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