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현재 국내에서 4세대(4G) 이동통신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KT가 제공하는 와이브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된다. KT는 이르면 다음 달에 LTE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LTE와 와이브로는 둘 다 4G 서비스이기 때문에 속도 차이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아직 와이브로만 제공하고 있는 KT는 “두 서비스가 체감속도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실제로 측정해본 결과 LTE가 와이브로에 비해 3배가량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오후 8시 반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두 대의 스마트폰으로 LTE와 와이브로의 속도를 측정했다. LTE는 SK텔레콤의 ‘갤럭시S2 LTE’로, 와이브로는 KT의 ‘HTC 이보(EVO) 4G+’를 이용해 영화를 내려받았다. 동일한 기종으로 실험하는 것이 정확하지만 LTE와 와이브로를 동시에 지원하는 기종이 없어 각각의 기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가운데 최신 모델을 사용했다.
결과는 LTE의 압승이었다. LTE는 1.4GB(기가바이트) 크기의 중국 영화 ‘엽문3’를 내려받는 데 정확히 10분이 걸렸다. 반면 와이브로는 27분 44초가 걸렸다. 와이브로가 LTE에 비해 시간이 2.7배 더 걸렸다.
인터넷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인 ‘벤치비’를 이용해서 속도를 측정해도 LTE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LTE는 초당 23.12Mb(메가비트), 와이브로는 초당 7.57Mb의 속도가 나왔다. LTE가 와이브로보다 약 3배 빨랐다.
주택가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역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실험을 계속했다. 시간은 오전 1시였다. 같은 기기로 동일한 영화를 내려받는 데 LTE는 9분 10초가 걸린 반면 와이브로는 27분 12초가 걸렸다. 장소와 시간대가 달라져도 역시 LTE의 속도가 빨랐다. 벤치비를 이용해 속도를 측정했을 때도 LTE는 초당 27.28Mb였고, 와이브로는 초당 7.54Mb였다.
KT 관계자는 “인터넷 속도는 한 기지국에 몰리는 ‘동시 접속자’의 수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며 “와이브로 사용자가 LTE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게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현재 와이브로 서비스의 가입자는 약 65만 명에 이른다. 반면 LTE를 이용한 휴대전화 서비스는 지난달 28일 시작해 아직 가입자가 1만 명이 채 안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06년에 상용화된 와이브로에 비해 LTE가 더 최신의 기술 규격을 적용했고 주파수 대역폭도 와이브로보다 2배 더 넓어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LTE의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아직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된다. SK텔레콤은 서울에서만 쓸 수 있고, LG유플러스는 서울 외에도 부산이나 광주의 일부 지역에서 쓸 수 있다. SK텔레콤은 2년 후인 2013년이 돼야 전국망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와이브로는 올해 3월 전국망이 구축돼 제주도에서도 쓸 수 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LTE는 속도가 빠르지만 제한된 지역에서만 쓸 수 있고, 와이브로는 속도가 다소 느리지만 전국에서 쓸 수 있다”며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서비스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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