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전망 최하 2.8%까지 뒷걸음… 외국계, 줄줄이 하향 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글로벌 재정위기 확산으로 내년 초 한국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남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4.6%)가 마지막이었다. 이에 따라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스위스 최대 금융회사인 UBS는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3%와 2.8%로 내다봤다. 6월 내놨던 전망치 3.8%(2011년)와 4.0%(2012년)에서 대폭 낮아진 수치다. 국내외 투자은행과 경제연구소 가운데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 것은 UBS가 처음이다.

UBS 외에 다른 IB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4.6%에서 3.4%로, 바클레이즈는 4.1%에서 3.5%로 떨어뜨렸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4.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본 IB는 노무라(5.0%)와 BoA메릴린치(4.6%), 골드만삭스, JP모건(각 4.2%) 등 4곳에 불과했다.

국내 경제연구소들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0%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3.6%로 제시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4.0%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을 4.3%로 내다봤지만 11월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하향조정할 예정이다.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말부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기위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 4분기에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지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과 미국은 제로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는 단기간 극복되기 어려운 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의 증가속도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471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6% 늘어나는 데 그쳐 8월 수출 증가율(25.9%)보다 훨씬 둔화됐다. 8월 광공업생산 지수도 작년 같은 달보다 4.8% 증가했으나 전월보다는 1.9%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내년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전까지는 선진국의 소비심리 냉각이 불가피한 만큼 전자·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선진국 경기에 민감한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은 당분간 실적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년 전과 비교한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과 달리 직전 분기에 비해 경제규모가 얼마나 커졌거나 작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경기상황 파악에 좀 더 적절한 지표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한국의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아졌지만 대부분은 중국을 거쳐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것”이라며 “글로벌 위기에 따른 선진국의 수요가 감소하면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수출도 흔들리면서 내년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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