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환율전쟁은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전개돼 왔다. 그러나 파국은 없었다. 미국이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일본에 ‘환율 원폭’을 안겨준 것과 대비된다.
일부 학자들은 그 배경으로 환율전쟁의 목적이 위안화 가치 절상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강제하면 미중은 무역전쟁을 피할 수 없다. 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를 건 도박이다. 이 때문에 차선의 이익을 추구하는(중국으로선 가장 피해를 덜 보는) 선택지를 고르는 정치게임이라는 것이다.
작년 5월 ‘미중 전략경제회담’을 앞두고 양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이후 제1차 환율전쟁을 벌였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지 않으면 27.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해 4월 8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베이징(北京)에서 왕치산(王岐山) 중국 경제 부총리와 한 시간가량 면담한 직후 월가에서 거래되는 1년 만기 위안화 선물환 환율은 올라가기(위안화 평가절하) 시작했다. 미국의 기대와는 정반대였지만 별다른 반발은 없었다.
이에 대해 랑셴핑(郞咸平) 홍콩 중문대 석좌교수는 “중국이 미국의 ‘다른 요구’를 들어줬기 때문”이라며 금융 개방을 지목했다. 가이트너-왕 회담 닷새 뒤 중국 국무원이 외국 자본도 A주(내국인 전용 주식)에 상장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내용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해 5월 미국이 중국에서 80억 달러 규모의 원전을 수주한 것도 우연만은 아니며 ‘성동격서(聲東擊西) 환율전쟁’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미중은 전략경제회담에서 환율 관련 의제는 거의 다루지 않고 미국의 중국 원전 수주를 포함한 신에너지 사업 협력 강화 등을 주로 논의했다.
이번에는 환율전쟁이 다른 분야에서의 ‘거래’로 완화되던 과거와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권력 구도’가 한 해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 양국이 보다 격렬히 사투를 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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