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70%를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로 채워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기로 했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정보기술(IT) 생태계의 패권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현재 2만5000명으로 전체 개발 인력의 50%”라며 “지금 추세로 볼 때 70%까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인력 충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문제”라며 “기업으로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이 소프트웨어 인력 확대에 나선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주문에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애플의 소송 공격과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조되던 8월 전자계열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IT 업계의 파워가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다.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역량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7월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2011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 4년 만에 직접 참석해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등을 총괄하는 개념인 ‘소프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R&D 직무와 함께 뽑았던 소프트웨어 직무를 올해 하반기 대졸 공채부터 별도로 선발하기 시작했다. 또 소프트웨어 R&D에 필요한 기본 실무역량을 최우선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과거 프레젠테이션 면접과 토론 면접으로 구분했던 기술 면접을 집중 면접이라는 형식으로 바꾸고,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역량과 재학 중 직접 수행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주로 평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인력 선발 방식을 바꾼 것은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역량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체질 개선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사장이던 최지성 부회장은 “우리 사업의 체질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친화적으로 바꾸고, 나아가 서비스와 솔루션을 부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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