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첨가물은 싫어! 막걸리의 순결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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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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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막걸리’에서 원산지를 강조한 ‘우리 쌀 막걸리’를 거쳐 첨가물까지 꼼꼼히 따지는 ‘무(無)인공 첨가물 막걸리’까지.

막걸리도 세대별로 진화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재조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막걸리는 지난해부터 각 업체가 막걸리에 들어가는 쌀의 원산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2세대 격인 ‘우리 쌀 막걸리’ 시대를 열었다. 당시 서울탁주와 국순당 등은 주력 제품에 들어가는 쌀을 외국산에서 국내산으로 바꾸며 우리 쌀 막걸리가 대세를 이루는 데 한몫을 했다.

이어 올해에는 막걸리에 들어가는 인공첨가물 성분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은 막걸리까지 등장해 참살이(웰빙)가 더욱 강조된 3세대 막걸리 시대를 열고 있다.

○ 인공첨가물 없는 막걸리 시대

12일 업계에 따르면 배상면주가는 지난해부터 쌀 누룩 효모 물만을 사용해 막걸리를 빚겠다는 ‘막걸리 순수령’을 선언하고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은 막걸리인 ‘느린마을 막걸리’를 선보였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대부분의 국내 막걸리 제조업체가 대량으로 만들어 온 제품과 달리 막걸리의 단맛을 내는 성분인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국내 막걸리업체는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인공첨가물인 아스파탐을 사용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막걸리의 단맛을 내기 위해 쌀 1kg에 물 4L를 섞은 원료를 써야 하지만 아스파탐을 사용하면 쌀 1kg에 물을 8L까지 넣어 만들 수 있다. 쌀을 절반 정도만 써도 돼 원가 절감에 효과적인 셈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대다수의 생막걸리는 0.01% 내외의 아스파탐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최근 참살이 열풍과 더불어 막걸리의 혼탁한 부분(고형분)에 항암성분인 ‘파르네솔’이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은 막걸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파르네솔은 쌀을 많이 섞을수록 많이 생긴다.

국순당의 전통주점 ‘우리 술상’(왼쪽). 배상면주가의 서울시내 양조장.
국순당의 전통주점 ‘우리 술상’(왼쪽). 배상면주가의 서울시내 양조장.
실제로 배상면주가에 따르면 느린마을 막걸리는 750mL 한 병에 1000원 정도인 일반 막걸리보다 두 배 정도 비싸지만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은 막걸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격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느린마을 막걸리의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1∼6월)에는 13억 원으로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 지역밀착형 양조장도 등장

원료뿐만 아니라 마케팅 활동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등산로 등에서 시음행사를 여는 데서 나아가 아예 전통주점을 내거나 서울 시내에 양조장도 짓기 시작한 것.

국순당은 19일 서울 도봉산 입구에 우리 술 전문 주점인 ‘우리 술상’을 열었고, 배상면주가 역시 7월 서울 시내에 최초로 양조장을 만들어 지역친화적 마케팅을 시작했다. 유통기한이 열흘 정도로 짧은 생막걸리는 지속적으로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맛이 변할 수 있는데 매일매일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듯 막걸리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양조장을 복고풍으로 꾸며 추억을 되살리고, 지역주민들이 들러 막걸리를 사가는 지역밀착형 공간으로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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