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태블릿PC ‘갤럭시탭10.1’을 호주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됐다. 호주연방법원은 13일(현지 시간)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별도의 판결이 있거나 두 회사가 합의할 때까지 삼성전자는 갤럭시탭10.1을 호주에서 판매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
재판을 담당한 애너벨 베넷 판사는 “적절한 조치로 결론을 내리게 돼 만족한다”며 “애플이 삼성제품이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일단 입증했다(establish a prima facie case)”고 설명했다. ‘a prima facie’는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일단은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뜻의 법적 용어이다.
이번 판결은 독일 뒤셀도르프법원이 지난달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갤럭시탭10.1의 판매를 금지한 데 이은 두 번째 판금 조치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즉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 ‘멀티터치’ ‘휴리스틱스’ 2개 침해
독일에 이어 호주에서도 갤럭시탭10.1의 판매가 금지되면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판매 전략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이번 판결이 침해 여부가 애매한 ‘디자인권’이 아니라 기술특허 침해에 대한 것이어서 미국을 비롯해 현재 세계 9개국에서 진행 중인 30여 건의 다른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애플은 7월 28일 갤럭시탭10.1이 애플의 특허 5개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특허 3개는 심리 과정에서 애플이 스스로 철회했고 법원은 삼성전자가 ‘멀티터치’와 ‘휴리스틱스’ 등 2개의 애플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했다.
세 차례 진행된 심리에서 양측은 주로 기술적인 논쟁을 벌였지만 서로가 피해자라며 판사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경쟁도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넷 판사는 심리 초반 “특허 기술이 다소 복잡해 보인다”고 말했고 변호인들에게 “어려운 단어를 문장으로 풀어 이해하기 쉽게 알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복잡한 기술 문제를 판사가 알기 쉽게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 역시 관건이었던 것.
애플 측 임원은 심리 중 “스티브 잡스가 지난해 삼성에 스마트폰 특허 침해에 대해 직접 연락을 하기도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중요한 부품 공급회사인 만큼 잡스가 직접 나서 소송 제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 불발로 그쳤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주로 애플의 특허는 독자적인 것이 아니고 선행 특허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삼성은 아이패드보다 먼저 나온 ‘시냅틱스 클리어패드’까지 증거로 제시했지만 애플 측은 “아이패드와는 기술과 구조가 다르다”고 반박했고 결국 재판부는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 삼성 “기술우회 제품 계획 없다”
삼성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즉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가처분 결과일 뿐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최종 판결이 아니다”라며 “법적 대응에는 가처분 판결에 대한 ‘항소’와 애플의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특허무효소송’이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갤럭시S2 제품의 사진 넘기는 방식인 ‘포토플리킹’ 기술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고 삼성은 이에 따라 이 기술을 빼고 대체기술을 넣어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에 침해했다고 판결이 난 터치스크린 관련 기술을 우회해 제품을 내놓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애플이 근거로 내세운 특허 자체를 무효화하는 전략을 펼친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비록 갤럭시탭10.1이 판매 금지됐지만 애플이 주장한 특허는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쓰는 갤럭시탭7.7이나 갤럭시S2 등 다른 제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소송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호주 법원의 판결이 앞으로 나올 미국 법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만약 정보기술(IT) 산업의 본산인 미국에서도 삼성전자가 판매금지를 당하면 상당히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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