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17일 ‘KT 고객은 문자메시지(SMS)도 한글 70자까지 보낸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금은 20원을 내고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양이 90바이트(byte)로 한글 45자에 불과하다. 이것이 다음 달부터는 140바이트로 늘어나 한글은 70자, 영문은 약 140자까지 쓸 수 있게 된다.
같은 요금으로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으니 반갑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미 상당수 글로벌 통신사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2세대(2G)에서 3세대(3G)로 전환하며 국제표준에 따라 140바이트를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3G 표준화 기술 협력기구인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는 이미 2000년대 중반 문자메시지 용량을 140바이트로 정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만 봐도 해외에서는 140바이트 제공이 보편적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트위터가 글자 수의 제한을 140자로 둔 이유는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이 정도 분량까지는 부담 없이 보낸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표준도 무시한 채 80∼90바이트만 제공해온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 때문에 한국 가입자들만 손해를 봐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데이터양을 늘렸을까. KT는 기존에도 한글 40자, 영문 80자를 제공하던 다른 이동통신사에 비해 한글은 5자, 영문은 10자를 더 제공하고 있었다. 이미 가장 좋은 혜택을 제공해 왔던 KT로선 용량을 더 늘리는 게 마케팅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일각에선 KT가 요금인하 방안의 실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비판 여론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문자메시지 용량 확대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8월 “10월부터 기본료를 1000원 인하하고 문자메시지 50건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월의 절반이 지났지만 아직 요금 인하를 언제 할지 구체적인 시기도 못 정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KT는 뒤늦게라도 국제표준까지 양을 늘렸다.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여전히 70바이트라는 기존 데이터양을 고수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며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등장해 문자메시지 매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스마트폰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9년 1조 원을 벌었고, 올해도 2분기(4∼6월)까지 문자메시지로 5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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