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파란 눈’의 CEO에 日기업들 ‘의혹의 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3시 00분


오랜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영입했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부족한 내수를 해외 수출로 만회하려면 ‘파란 눈의 CEO’가 필요하다는 게 초기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독단적인 의사 결정으로 조직 내 반발을 사거나 몸값에 비해 실적이 신통치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디지털카메라 전문업체인 올림푸스는 4월에 CEO가 된 마이클 우드퍼드를 취임 6개월 만인 15일 전격 해임했다. 올림푸스 역사상 첫 외국인 CEO였고 30년간 이 회사에서 근무한 베테랑이어서 눈길을 끌었던 발탁 인사였다. 그는 2008년부터 올림푸스 유럽법인 사장을 맡으며 그룹 전체 이익의 40%를 낼 정도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드퍼드의 과욕이 화근이었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디지털카메라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도하게 연구개발비 등의 지출을 삭감한 게 화근이었다. 담당 임원을 무시한 채 현장에 직접 지시를 내리는 독단적인 경영도 불만을 샀다. 기쿠가와 쓰요시(菊川剛) 올림푸스 회장은 이날 “독단적인 경영으로 조직에 마찰을 일으켰다”며 해임 배경을 설명했다.

소니의 회장 겸 사장을 맡고 있는 CEO 하워드 스트링어는 한 해 115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수준의 연봉에 비해 실적은 변변치 않다는 평가다. 2005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적자에 허덕이던 게임과 휴대전화 사업을 흑자로 반전시켰지만 소니의 전통 핵심사업인 TV 사업 부문에서 7분기(21개월)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사업 개척을 위해 2008년 외국기업을 인수합병(M&A)한 일본판유리는 영국 필킨트사의 스튜어트 체임버스에 이어 미국 듀폰사의 부사장으로 있던 크레이그 네일러를 잇달아 CEO로 앉혔지만 경영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외국인 CEO 중에는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이 닛산자동차를 되살린 인물로 평가받는 정도다. 하지만 곤 사장은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공장 5곳을 폐쇄하고 2만 명을 해고해 반발도 적지 않게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영입한 CEO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일방적 의사결정을 내려 조화를 존중하는 일본의 전통적 기업문화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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