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옆에 할리데이비슨 매장 연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 싱가포르 명품 쇼핑몰 ‘더 숍스 앳 마리나 베이 샌즈’ 가보니
명품족 호기심 자극… 오토바이 구매로 이어져
“고급 이미지 내세워 한국에도 부티크 숍 낼것”

싱가포르 더 숍스 앳 마리나 베이 샌즈 1층에 있는 할리데이비슨 부티크 숍 모습. 할리데이비슨은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이곳에 옷과 액세서리 등을 파는 매장을 열고 구매력 있는 고객들이 자사 브랜드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제공
싱가포르 더 숍스 앳 마리나 베이 샌즈 1층에 있는 할리데이비슨 부티크 숍 모습. 할리데이비슨은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이곳에 옷과 액세서리 등을 파는 매장을 열고 구매력 있는 고객들이 자사 브랜드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제공
싱가포르 ‘더 숍스 앳 마리나 베이 샌즈’는 화려하다. 지난해 6월 쌍용건설이 완공해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된 ‘피사의 사탑’형 건물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건너편에 자리 잡은 곳이다.

13일(현지 시간) 찾은 이곳은 샤넬과 에르메스, 페라가모, 티파니 등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의 플레그십 스토어들로 줄줄이 채워져 있었다. 대형 실내 쇼핑공간인 이곳에는 옷과 가방 등을 구경하는 젊은 여성들과 그들을 따라온 남성들로 붐볐다.

○ 가죽재킷 등 판매… 각종 이벤트도

샤넬 매장을 옆에 끼고 코너를 돌면 명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매장이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할리데이비슨의 부티크 숍이다. 모터사이클을 전시하는 일반적인 매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의류와 각종 액세서리를 판다. 이날 찾은 할리데이비슨 매장에서는 할리데이비슨을 상징하는 가죽재킷은 물론이고 갖가지 옷과 휴대전화 케이스, 라이터, 시계, 열쇠고리, 책자, 아기용 신발 등 온갖 용품을 팔고 있었다.

각종 행사와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날 할리데이비슨은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헤나 문신을 새겨주는 행사를 열었다. 할리데이비슨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는 열혈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브랜드다운 이벤트였지만 할리데이비슨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장면이었다. 더구나 대다수 명품족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는 더욱 제격이었다. 이들은 매장 앞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을 하거나 아예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니 방문자도 많다. 할리데이비슨의 아시아 현지 법인을 총괄하는 할리데이비슨 아시아퍼시픽다이렉트마켓(ADM)의 마리셰 엔두 의류 담당은 “하루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며 “할리데이비슨 마니아들도 있지만 이곳 매장은 명품 매장을 찾거나 쇼핑센터를 보기 위해 왔다가 들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 고객 끌어들이는 입구

할리데이비슨이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곳에 매장을 낸 이유는 옷이나 액세서리 등 할리데이비슨 관련 제품을 통해 브랜드를 접한 고객들이 나중에 수천만 원에 이르는 모터사이클을 사는 구매 특성 때문이다. 할리데이비슨 ADM에 따르면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가진 사람 가운데 47%는 다른 제품을 통해 할리데이비슨에 입문했다. 구매력 있는 사람들이 몰리는 명품 브랜드 밀집 지역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장을 열어 매장으로 끌어들인 뒤 잠재 고객을 실제 고객으로 바꾸자는 전략인 셈이다.

여기에 아시아 시장은 진출 역사가 짧아 할리데이비슨의 브랜드와 특유의 문화를 생소하게 느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고, 젊은 명품 소비층도 많아 잠재 고객 확보 가능성도 높다. 1947년부터 의류를 만들었으니 명품족들의 눈높이를 따라갈 만한 품질도 뒷받침됐다.

할리데이비슨은 아시아 지역에서 앞으로 명품 브랜드 입점 공간에 부티크 숍을 더 낼 계획이다. 프랭크 알브레히트 할리데이비슨 ADM 총괄 매니저는 “아시아 시장에서 할리데이비슨은 고급 브랜드 이미지도 있어 이런 마케팅 활동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앞으로 한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명품 이미지를 앞세운 슈퍼 프리미엄급 부티크 숍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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