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올 초 임직원들에게 던진 일성이다. 국내 벤처 1세대로서 오픈마켓(open market·누구나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장터)의 시대를 연 그가 오픈마켓의 종언을 선언하고 택한 인생 2막은 바로 ‘클로즈드 마켓(closed market·일부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닫힌 시장)’이다.
24일 삼성그룹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인터파크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번 인수전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가 국내 온라인쇼핑몰 개척자인 이 회장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이다.
인터파크의 IMK 인수는 몇 년째 정체 상태에 있는 오픈마켓 사업의 돌파구를 찾는 성격이 강하다. 인터파크가 벤처기업협회와 사모(私募)펀드인 H&Q를 끌어들이며 자사보다 매출 규모가 4∼5배나 큰 IMK 인수에 나선 것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IMK는 1조5492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인터파크의 매출은 3733억 원에 그쳤다.
인터파크는 현재 G마켓, 옥션, 11번가에 이어 국내 4위의 오픈마켓 사업자다. 국내 최초 온라인쇼핑몰로 출발해 지금은 이베이코리아에 합병된 국내 1위 오픈마켓 G마켓을 키워냈다. 하지만 2009년 G마켓을 매각한 뒤 정체 상태에 빠졌고, SK그룹까지 ‘11번가’ 브랜드로 오픈마켓에 진출하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53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사세가 위축되면서 이 회장의 위상도 함께 내려앉았다. 2008년 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다 G마켓 매각으로 상당한 현금을 거머쥐었다는 점 때문에 은퇴설도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인터파크INT 대표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벌인 사업이 ‘온라인 MRO’ 사업이었다. 이 회장은 오픈마켓은 품질 관리가 안 돼 성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기업 간 거래(B2B)’ 분야를 선택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MRO 사업을 내놓자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 및 증권업계에선 이 회장이 이번 IMK 인수를 통해 다시 비상을 꿈꿔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김경기 한화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인터파크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과 IMK의 B2B 사업이 결합한다면 중국의 알리바바닷컴과 같은 거대 온라인 유통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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