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銀 연말 ‘감원태풍’… “일반직원 명퇴 500명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영업본부도 16→5개로 축소… ‘파업주도 직원’ 포함 소문

이달 초 임원급 전원(90명)의 명예퇴직을 종용한 SC제일은행이 조만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퇴를 실시할 예정이다.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 명퇴는 연말마다 있었고, 보통 20∼30명의 직원이 자발적으로 신청했지만 이번에는 은행 측이 명퇴 대상자를 500명 내외로 대폭 늘리고, 파업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직원들을 어떤 식으로든 문책할 뜻을 드러내 사실상 ‘강제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26일 “장기 파업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하고 조직의 군살을 빼기 위해 기존 조직을 대폭 개편할 예정”이라며 “16개 영업본부를 5개 본부로 축소하고 상시 인사제도 등 다양한 쇄신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67일이라는 은행권 사상 최장기 파업, 42개 지점 일시 폐쇄에도 불구하고 실적이나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어 현재의 인원이 다 필요하지 않다는 사측의 생각이 굳어진 것 같다”며 “특별한 보직이 없는 일선 영업점의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 300∼400명과 파업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던 직원들이 명퇴의 주요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달 초 실시한 임원 명퇴에서 사측의 기대에 못 미치는 20여 명만이 신청한 것도 일반 직원의 명퇴 규모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SC제일은행 측은 90명의 임원 중 절반 이상을 정리할 계획이었으나 신청자가 많지 않자 이달 말까지 추가 접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업 종료 후 두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영업을 재개하지 않은 15개 지점 직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이 영업점으로 복귀를 했는데도 두 달째 지점 문을 열지 않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점의 추가 폐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SC제일은행의 한 직원은 “외환위기 직후 제일은행 직원 4000여 명이 감원당하면서 만든 ‘눈물의 비디오’가 재연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금융위기 여파로 190명이 명퇴를 했던 2008년에도 은행 전체가 흔들렸는데 이번에는 훨씬 많은 인원을 정리한다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