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으로 3%대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4.3%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성장했다. 이는 2분기 GDP성장률과 같은 수치로, 2009년 3분기(1.0%) 이후 21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 저성장의 늪에 빠졌나
전년 동기 대비 GDP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8.5%로 정점을 찍은 후 2분기 7.5%, 3분기 4%대로 떨어졌다가 올 2분기부터는 3%대로 둔화하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분야별로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2.2%로 전분기 증가율보다 0.8%포인트 둔화됐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3분기 건설투자는 4.2% 감소해 작년 2분기 이후 1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의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1.4%로 2분기(7.5%)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3분기 성장률이 부진한 것은 7월 집중호우 때문에 농림어업과 관광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설비투자가 늘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라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7, 8월 광공업 생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데다 한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도 부진하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4분기에 6%가 넘는 성장률을 내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한은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4.3%는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김영배 국장도 “산술적으로 보면 전망치 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 ‘성장이냐, 물가냐’ 흔들리는 정책
물가도 불안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분기 4.5%, 2분기 4.2%,
3분기 4.8%로 정부 물가 달성 목표치인 ‘연간 4% 수준’보다 크게 높은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이 저성장과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 때문에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성장세가 저하됨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힘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가와 채소, 돼지고기 가격 안정세가 계속돼 4분기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내려갈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전문가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가 고성장이 힘든 성숙단계이고 물가가 다시 안정될 여지가 있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정책을 성장 또는 물가안정 중 어느 한쪽에 집중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식의 수요확대 정책을 쓰면 물가가 급등하고, 물가를 내리려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빚 부담이
늘고 부동산시장이 위축돼 장기불황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온건한 성장정책’을 쓰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본다. 최근 물가 상승의 주요인인 원자재 가격과 관련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할 일이 없는 만큼 성장에 정책의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이 상대적으로 더뎠던 서비스 교육 의료 분야가 활기를 띠면 내년에
4%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