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에 SOS “유럽재정안정기금에 투자해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 사르코지, 후진타오에 전화 도움 요청… 커지는 ‘차이나 머니’ 파워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중국인은 미친 듯이 일한다. 당신들은 더 열심히, 더 오래, 그리고 더 혁신적으로 일할 필요가 있다.”

자산총액이 4096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의 큰손’ 중국투자공사(CIC)의 진리췬(金立群) 의장은 20일 영국 채널4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위기에 대해 이같이 일갈했다. 유럽이 이렇게 어려워진 이유는 “게으르고, 과잉 복지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그의 입바른 소리에 유럽 재무관료 누구도 대꾸하지 못했다.

유럽을 향한 중국 국부펀드 책임자의 큰소리는 ‘차이나 머니(China money)’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부도 직전에 처한 유로존도, 외화가 급한 한국도,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도 해바라기처럼 중국만 바라보고 있다. 8%대 경제성장률로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세계경제를 구한 중국은 이번 위기에서도 ‘구세주’로 떠오르며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투자를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FSF의 최고경영자(CEO) 클라우스 레글링은 2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의 합의대로 EFSF 규모를 4400억 유로에서 1조 유로 이상으로 확대하려면 중국의 참여는 필수다.

중국으로선 최대 수출처인 유럽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국에 큰 타격이 우려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 최대 채권국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국은 EFSF 참여로 유럽에서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중국은 △EFSF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 △IMF가 만들 특수목적기구(SPV)에 투자하는 방안 △은행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 △유로존 국채 매입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3600억 위안(약 64조8000억 원)으로 기존보다 두 배 늘린 게 대표적 사례다. 유럽 위기가 더 번지기 전에 금융시장 안정을 모색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를 중국은 십분 활용했다. 중국은 올 들어서만 뉴질랜드(250억 위안) 카자흐스탄(70억 위안) 몽골(50억 위안) 우즈베키스탄(7억 위안)과 잇따라 통화스와프 계약을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에 큰 도움이 안 되는 통화스와프를 범아시아 국가들로 늘리는 것은 위안화 국제화를 통한 패권 확장과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차이나 머니는 국내에서 이미 큰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은 올 3분기까지 중국 본토에서만 3조1285억 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사 들였다. 미국(3조2220억 원)에 이어 2위이고 홍콩(1389억 원)을 합치면 단연 최대 규모다. 영국(―2조1818억 원) 등 유럽 국가들이 떠난 빈자리를 중국이 메운 것이다. 증시에서도 중국은 3분기까지 1조2501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일본 유럽 등과 대조를 보였다.

계속되는 엔고도 중국에는 아시아 경제패권 강화의 기회다. 엔고로 수출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는 일본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 1순위는 단연 중국이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엔고는 중국의 역내 경제력 집중을 더욱 가속화할 계기”라며 “저임금을 활용한 조립가공업에서 탈피해 기술력이 강해지고 있는 최근 중국 산업의 추세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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