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개방형 혁신 시대… 핵심기술 개방은 ‘NO’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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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에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식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지식근로자의 이동성이 증대됨에 따라 하나의 기업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독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치솟는 연구개발 비용을 내부적으로 충당하는 데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이에 따라 기존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 모델은 종말을 고했고 바야흐로 개방형 혁신의 시대가 열렸다고들 한다.

개방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개방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개방형 혁신이 중요한 건 분명하지만 개방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잘 알려진 개방형 혁신의 성공 사례 뒤에는 많은 실패 사례가 숨어 있다. 개방형 혁신에 대한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무턱대고 달려 들어가기보다는 한발 물러나 냉정하게 개방형 혁신의 성공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개방형 혁신은 현재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외부의 지식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개방형 모델은 기존 혁신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무턱대고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다가는 기업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개방형 혁신 전략을 받아들이되 아래의 몇 가지 주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1] 핵심 성공 요인을 정의하라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더라도 비즈니스의 핵심 성공 요인까지 개방해서는 안 된다. IBM과 애플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IBM은 PC의 개념을 정착시켜 놓고도 정작 PC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컴퓨터 설계의 핵심인 하드웨어 회로도는 물론이고 데이터 입출력 방식을 결정하는 프로그램의 소스코드까지 모두 공개하는 개방 전략을 취한 탓이다. IBM은 한때 시장을 주도하는 듯했지만 사실상 표준을 결정하는 영향력을 상실했고, 이로 인해 PC 시장의 주도권은 운영체제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중앙처리장치의 인텔로 넘어갔다. 반면 애플은 하드웨어인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개발 과정에서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는 폐쇄형 혁신 모델을 적용했지만 제조는 중국의 폭스콘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또 누구나 애플 제품에서 사용 가능한 앱을 개발할 수 있게 개방하되 앱의 유통은 아이튠스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에서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핵심이 아닌지를 잘 알고 있으며 핵심이 아닌 것들만 기업 경계 밖에서 조달한다.

[2] 외부 혁신과 내부 혁신을 병행하는 양손잡이형 전략을 수행하라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과 LG 등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파급 효과는 회사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LG전자는 적어도 2, 3년 내에는 독자적인 휴대전화 운영체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은 독자적 운영체제인 바다를 출시하고 바다 플랫폼에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LG전자가 삼성에 비해 더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

기업 외부에서 조달한 역량은 인수합병을 통해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잃어버리게 될 위험이 있다.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외부로부터 조달하되 내부적인 지식과 기술역량의 향상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양손잡이형 혁신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3] 과거의 성공은 빨리 잊어라

‘경쟁력의 함정(Competency Trap)’은 기업이 과거에 성공을 이뤄낸 전략이나 경험에 사로잡혀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현상을 뜻한다. 혁신 기업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하다. 개방형 혁신의 시대에 혁신의 등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여기저기서 기존 성공 공식을 허무는 새로운 혁신들이 이어질 것이다. 기업 외부에 있는 누구라도 지금 우리 기업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외부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4] 개방형 마인드를 가져라

혁신적인 기업에 속한 조직원들일수록 자신들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외부의 아이디어나 지식, 기술 등에 심리적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또 내부에서 개발한 기술을 외부의 다른 기업이 사업화하는 것도 싫어한다. 따라서 개방형 혁신을 잘 수행하려면 조직원 모두 개방형 혁신 전략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상황의 급박함을 알아야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개방형 혁신 전략의 비전과 목표도 직원들이 공유해야 한다. 또 개방형 혁신을 통한 성과 창출과 내부적 혁신을 통한 성과 창출을 동일하게 평가해야 한다. 한 조직원이 개방 전략에 동참했는데 그의 이익이 줄어든다면 아무도 개방 전략을 위해 몸을 바치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2호(2011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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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M&A 자금 조달 방법

○ 스페셜 리포트

올여름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사모펀드(PEF)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유명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이 딜은 국내 기업이 주도한 국가 간 인수합병(Cross-border M&A)이자 국내 PEF의 첫 글로벌 M&A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국내 대표 기관투자가인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우리·블랙스톤PEF, 중국계 기관투자가까지 자금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중견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국내 사모펀드들과 공동 투자를 하거나 대규모 인수금융을 이끌어내 해외에서 대형 M&A를 성공시킨 것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우 낯선 일이었다. 국내 기업이 해외 M&A에 나설 때는 자금 조달 이슈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볼 대목이다. 해외 M&A 시 활용 가능한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 혁신하는 소비자를 모셔라

○ MIT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스케이트보드를 처음 발명한 건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용품 회사가 아니라 평범한 어린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롤러스케이트 신발에 붙어 있던 바퀴를 떼어 내 널빤지에 두드려 박아 만든 새로운 놀이기구를 신나게 타고 다녔다. 식기세척기 역시 유명 가전업체가 아니라 평범한 미국 여성 조세핀 코크런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하인들이 손으로 직접 설거지를 하는 도중 자신이 아끼는 비싼 그릇들을 깨뜨리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는 “아무도 식기세척기를 발명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고 말테다”라는 각오로 제품 개발에 돌입했고 1886년 최초의 실용적인 식기세척기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소비자는 종종 직접 제품을 개발하는 중추 세력이자 중요한 혁신가로서 기능할 수 있다. 소비자는 기업이 내놓은 제품을 단순히 구입하고 소비할 뿐이라는 시각은 이제 적용되지 않는 시대다.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이 혁신 주도 소비자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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