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쓰레기’에서 진주를 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현대사회는 쓰레기와 함께 성장해 왔다. 산업이 성장하고 사람이 들고 나면 어김없이 쓰레기가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평균 약 36만 t의 쓰레기가 버려진다. 이 가운데 5만2000여 t(14.5%)이 생활 쓰레기다.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약 1kg의 생활 쓰레기를 매일 버리는 셈이다.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소각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매립이나 해양 투기를 할 곳도 마땅치 않다. 불태우자니 대기오염이 걱정이다. 자칫 돈 되는 자원은 탈탈 털어 당겨쓰고 후손들에겐 쓰레기 더미만 물려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쓰레기가 장차 우리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왜 내가 해야 하느냐”며 책임을 피한다. 세금이나 규제만으론 ‘책임 회피의 비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생각을 달리 해보자. 모든 사람의 골칫거리는 기업가에겐 절호의 기회다. 2004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리사이클뱅크’는 쓰레기에서 혁신의 기회를 포착했다. 재활용을 촉진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확한 사업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는 회원들에게 무선정보인식장치(RFID) 칩이 부착된 재활용 쓰레기통을 나눠주고 재활용 쓰레기양을 자동 측정한 다음 가맹점 등에서 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좋은 일을 한다’는 내재적 동기에 행동 변화를 위한 경제적 보상까지 주는 것이다. 시 당국은 쓰레기 매립 비용을 줄이고 재활용 수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 회사는 시 당국의 쓰레기 처리비용 절감분의 일부를 받는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업모델은 정부기관이 못한 일을 해냈다. 미국 내 도시와 마을 300여 곳이 리사이클뱅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 지역의 쓰레기 재활용률이 과거보다 15∼100% 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쓰레기 처리비용을 절감한 대도시도 있다.

사업성도 인정받고 있다. 리사이클뱅크의 회원은 창립 7년 만에 300만 명으로 늘었다. 이달 초에는 미국 최대 쓰레기 처리회사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가 이 회사에 2000만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전략경영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기업이 혁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수익성을 추구하는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란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리사이클뱅크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리사이클뱅크의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수는 “우리는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며 “좋은 일(doing good)을 아주 잘하는(doing well) 회사”라고 말했다.

제조업과 정보기술 강국을 일궜던 한국의 창업 신화도 이젠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한국의 창업 1세대는 제품 개발로 제조업 기반을 다졌다. 2세대 벤처 창업가는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에서 일어났다. 3세대 창업은 리사이클뱅크처럼 사회문제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얼마 전 국내 한 카드회사가 미국의 리사이클뱅크처럼 친환경 활동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이 회사의 TV 광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피곤해 죽겠는데, 환경은 개뿔…. 환경보호 하면 밥이 나옵니까? 차비가 나옵니까?”

“나옵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 기업도, 소비자도 보상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2호(2011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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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M&A 자금 조달 방법

○ 스페셜 리포트

올여름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사모펀드(PEF)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유명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이 딜은 국내 기업이 주도한 국가 간 인수합병(Cross-border M&A)이자 국내 PEF의 첫 글로벌 M&A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국내 대표 기관투자가인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우리·블랙스톤PEF, 중국계 기관투자가까지 자금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중견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국내 사모펀드들과 공동 투자를 하거나 대규모 인수금융을 이끌어내 해외에서 대형 M&A를 성공시킨 것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우 낯선 일이었다. 국내 기업이 해외 M&A에 나설 때는 자금 조달 이슈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볼 대목이다. 해외 M&A 시 활용 가능한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 혁신하는 소비자를 모셔라

○ MIT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스케이트보드를 처음 발명한 건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용품 회사가 아니라 평범한 어린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롤러스케이트 신발에 붙어 있던 바퀴를 떼어 내 널빤지에 두드려 박아 만든 새로운 놀이기구를 신나게 타고 다녔다. 식기세척기 역시 유명 가전업체가 아니라 평범한 미국 여성 조세핀 코크런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하인들이 손으로 직접 설거지를 하는 도중 자신이 아끼는 비싼 그릇들을 깨뜨리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는 “아무도 식기세척기를 발명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고 말테다”라는 각오로 제품 개발에 돌입했고 1886년 최초의 실용적인 식기세척기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소비자는 종종 직접 제품을 개발하는 중추 세력이자 중요한 혁신가로서 기능할 수 있다. 소비자는 기업이 내놓은 제품을 단순히 구입하고 소비할 뿐이라는 시각은 이제 적용되지 않는 시대다.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이 혁신 주도 소비자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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