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SI업체 공공발주 제한… “현장 모르는 탁상행정”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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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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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거래 많은 회사는 별 타격 없어… 내부거래 줄여온 업체가 되레 직격탄”
“외국계기업만 혜택 볼 수도 공공기관부터 제값 지불을”… 중소 SW업체들도 쓴소리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의 공공사업 참여 제한 조치에 대해 해당 SI 업체는 물론이고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활성화하기 내놓은 정책이지만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치로 중소기업 대신 외국계 대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내부거래 비중 높은 회사는 타격 미미

정부가 27일 발표한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전략에 따라 내년부터 연매출 8000억 원 이상인 대기업 SI 업체는 80억 원 이하, 매출 8000억 원 미만의 SI 업체는 40억 원 이하의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공공사업 가운데 80억 원을 넘는 프로젝트는 24.8%였다.

정부가 대기업 SI 업체를 타깃으로 삼은 주된 이유는 이들이 계열사 물량을 독식해 이익을 확보한 뒤 공공부문에선 저가입찰에 나서 시장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계열사 물량 비중을 꾸준히 줄여온 SI 업체가 더 큰 피해를 보게 돼 있다.

계열사 내부 거래 비중이 90%를 넘는 현대자동차 계열의 현대오토에버(90.89%), 60∼80% 사이인 삼성SDS, SK C&C, 포스텍, 한화S&C, 롯데정보통신 등은 계열사 물량이 많기 때문에 공공사업에서 빠져도 타격이 덜한 편이다. 반면 LG CNS(45.5%)처럼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계열사 물량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온 업체는 큰 피해를 본다.

28일 주식시장에선 대기업 계열 SI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SK C&C는 전날보다 4000원(2.57%) 내린 15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 ICT는 전날보다 2.6% 하락했고, 신세계I&C, 롯데정보통신이 인수한 현대정보기술도 1% 넘게 떨어졌다.

○ “돈 내고 소프트웨어 쓰는 게 우선”


이번 조치가 오라클이나 시스코 같은 글로벌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작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외국 기업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SI 업체들의 진출도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통신 분야 교수는 “향후 공공사업의 SI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구도가 아니라 글로벌기업과 한국 중소기업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최초 공급도 중요하지만 유지보수를 통한 안정적인 매출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많은 공공기관은 오라클 등 외산 소프트웨어에 대해선 공급가격의 20%가 넘는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해서는 2∼3년 동안 공짜 유지보수를 요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공공기관부터 제값 주고 소프트웨어를 사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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