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의 화두는 단연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중국의 경기 향방이다. 그런데 사실상 이 세 주제는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 현재 유럽 문제는 통화와 신용팽창, 방만한 재정이란 면에서 결국 미국 금융위기와 뿌리를 같이하고 있고 또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편 선진국 금융위기가 여기서 더 깊어지면 중국 등 신흥국 경제가 온전할 리 없다. 어느 한쪽이 삐끗하면 다른 것들이 더 꼬이고 반대로 어느 한쪽이 잘 풀리면 나머지 것들도 수월해지는 것은 지구촌 실물과 금융이 너무 단단히 하나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유럽 문제는 물리적으로 연말까지 어느 정도의 매듭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년 봄 보릿고개(남유럽 국가 국채 만기)를 무사히 넘기고 시스템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이 지역 위기의 최고조 국면이거나 2차 위기의 새로운 출발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미국도 연말까지 어렴풋이나마 경기회복의 신호들이 간절하다. 이미 선행된 재고 조정과 상반기의 몇 가지 마찰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여기서마저도 경기가 아래로 흐른다면 정말 암울하기 짝이 없다.
중국도 지금 중대한 경기 시험대에 놓여있다. 선진국 경제가 계속 늪으로 빠진다면 제아무리 중국이라도 이제는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이번 분기부터는 중국의 물가수위가 낮아져 금융정책에 여유도 기대되므로 세계 수요의 진정한 견인차로서 중국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특히 중국을 산업고도화와 소비의 구조적 확대라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지, 아니면 단순히 경기 순환적이고 내부 모순의 관점에서 볼지 분별력이 요구되고 방향성이 재확인될 만한 자리다.
이렇듯 지구촌 3대 대륙은 지금 모두 나란히 ‘위기 검증대’ 앞에 서있다. 그러니 세계 금융시장에 긴장과 피로도가 높아져 자산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환경 속에 글로벌자산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투자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즉, 미 달러화와 엔화, 스위스프랑화 등 안전지역의 통화와 이 지역 국채라는 1그룹 자산과 신흥국 주식 및 원유 등의 상품시장으로 대변되는 2그룹 자산이다. 지금부터 글로벌 자본은 전자에서 후자로 조심스러운 이동을 시도할 듯하다. 물론 당장 속도감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위험들로 인해 몇 차례 더 오락가락하는 시장의 혼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는 이 양대 자산 간의 미세한 대체와 변화를 통해 힌트를 얻는다. 지구촌 3대 대륙의 역학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자산시장의 작은 변화는 미래의 세상 흐름을 판단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로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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