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LTE 특허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5년전 LTE에 과감한 베팅… 원천기술-통신칩 최초 개발
퀄컴 제치고 LTE 특허 1위… 막대한 로열티 수입 기대

LG전자를 가치 있는 LTE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만든 차세대통신연구소 LTE 연구팀. 장운석 연구위원(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은 “벌써 5세대(5G)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를 가치 있는 LTE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만든 차세대통신연구소 LTE 연구팀. 장운석 연구위원(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은 “벌써 5세대(5G)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이 나오는 것을 보니 지난 5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라고요.”

지난달 27일 경기 안양시 LG전자 차세대통신연구소에서 만난 장운석 연구위원은 “일반 소비자들은 LTE가 갑자기 나온 것으로 느끼겠지만 수년 동안 온갖 시행착오 끝에 세상에 나온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부터 4세대(4G) 통신기술인 LTE에 매달려 왔다.

LG전자는 최근 한 조사에서 가치 있는 LTE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꼽혔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앤드코가 가치가 높은 LTE 특허 1400개를 골라 조사한 결과 LG전자가 이 중 23%를 보유해 1위에 오른 것이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79억 달러(약 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LG전자의 LTE 특허 업무를 맡고 있는 이성주 LG전자 특허센터 부장은 “자부심은 강했지만 실제로 외부기관에서 이렇게 평가해줄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 LTE에 ‘다걸기’

‘통신기술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봤으면….’

3G 통신망인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이 이제 막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2006년 말 장 위원과 연구원들은 퀄컴의 그늘에서 벗어나 원천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뜻을 모았다. 휴대전화 시장은 한국 기업이 주도했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통신기술은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신기술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는 단순히 로열티 수입 문제가 아니었다. 속도가 생명인 모바일 시장에서 자칫 신제품 시판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장 위원은 “LTE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는데, 관련 칩과 기술을 적용하지 못해서 제품을 빨리 만들지 못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년 전에는 어떤 기술이 4G의 대세가 될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퀄컴은 독자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고, 우리 정부는 차세대 통신망으로 ‘와이브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LG전자는 과감히 LTE를 택했다. 장 위원은 “용감한 베팅이었다”고 말했다.

○ “특허 1위로 시장 장악”

다른 제조사보다 빨리 LTE에 뛰어들어서 힘든 일도 많았다. LG전자 LTE 기술의 핵심은 휴대전화와 단말기 간의 무선전송 기술. 이를 검증하려면 LTE 휴대전화가 필요했다. 어디에서도 LTE 휴대전화 등 기기를 구할 수 없어 직접 만들었다. 뒤늦게 LTE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경쟁사들이 이 장비를 서로 사겠다고 문의해 왔다.

장 위원은 “연구원들끼리 우리 월급은 국제기구에서 받아야 한다고 농담한다”며 “제작이 어려운 시험장비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도 빨리 LTE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결국 상용화 시기를 앞당긴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접 기기를 만들다 보니 통신 칩으로까지 영역이 넓어졌고, ‘세계 최초’ 타이틀도 늘어났다. 결국 2008년 11월 세계 최초로 LTE 통신 칩을 개발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LTE 단말기 인증을 받았고, LTE와 다른 통신망 사이의 연결성을 처음으로 시연하기도 했다.

특허담당 이 부장은 “세상의 모든 LTE 휴대전화에는 LG전자의 LTE 표준 기술이 들어 있다”며 “LTE 시장이 3G만큼 확대되면 그때 특허협상을 통해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벌써 5G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장 위원은 “LTE에서만큼은 LG가 리더십을 가지고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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