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대박 TV 성공 뒤에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12시 04분


출시 이틀 만에 5000대가 팔려나가면서 국내 TV 시장에 충격파를 준 '이마트 TV'의 성공 뒤에는 학창시절 컴퓨터 조립이 취미였던 30대 바이어의 열정이 있었다.

이마트 TV의 기획과 판매 등 실무 현장의 최일선에 선 이마트 가전문화담당 바이어 김선혁(36)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과장은 지난 1일 상기된 표정으로 "이마트 TV가 이렇게 잘 팔릴 준 나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마트는 애초 3개월 판매를 목표로 5000대를 준비했지만 제품은 매장에 깔린 지이틀 만에 다 팔렸다. 내년 1월 추가 물량이 들어오지만 벌써 3500명이 예약했다.

처음에는 회사 동료도 3개월 뒤 2000대 정도 재고가 남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등 굴지의 대기업이 지배한 우리나라 TV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로 보였고, 일반적인 PL(Private Label) 제품과 달리 이마트가 대만 TPV사와 함께 기획해 만든 제품이라 재고는 온전히 이마트의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사전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서 성공을 확신했지만 너무 긴장돼 출시 전날부터 완전히 다 팔릴 때까지 사흘간 잠이 안 오더라고요. 이제 TPV사와 일정을 조율해 추가 물량을 빨리 확보해야죠." 그는 내년 말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앞두고 디지털 방송 시청에 큰 문제가 없으면서도 값이 싼 실속형 TV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마트 TV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연초 사내·외부 설문조사에서 50만원을 넘지 않으면서 풀HD급 화질의 LCD, LED TV가 통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김 과장은 이때부터 중국과 대만의 유수 TV 메이커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들 업체가 이마트를 잘 모르는 데다 대형마트가 직접 TV를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이가 많아 파트너 물색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천신만고 끝에 대만에서 기술력이 제일 좋다는 TPV사의 손을 잡았다.

나중에 이마트 TV가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을 보고 TPV 사람들도 적잖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그는 이마트 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TV 시장을 뺏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마트 TV는 전국의 아날로그 TV 시청자 250만 가구 중 국가 지원을 받는 30만 가구를 제외한 220만가구의 저가 디지털 TV 수요를 노린 것으로, 고객의 선택 폭을 넓게 해 디지털 TV 시장의 파이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TV 제작 과정에서 회사 바이어들이 직접 TV 품질을 시험하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TV를 짊어지고 다닌 '고생담'도 소개했다.

그는 "6월부터 시제품이 네 차례 나왔는데 그때마다 한 조에 3명씩 12팀의 바이어들이 전국을 돌면서 TV 테스트를 했다"며 "그중에서도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치악산 꼭대기 산장까지 TV를 지고 오를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컴퓨터가 보급된 1990년대 초중반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대학에서 응용통계학을 전공한 김 과장은 학창시절 친구들과 용산전자상가를 드나들며 컴퓨터 조립을 즐긴'디지털 세대'다.

이 때문에 이마트에서 가전 담당 바이어를 오래했고, 이번 TV 기획 때에도 TV를 직접 뜯어보면서 제품 공부에 매진해 명실 공히 TV 전문가가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마트 TV가 USB 메모리 등을 통한 영상 재생기능이 없고 리모컨으로 '디지털 채널 바로가기' 기능을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32인치 TV의 수요자 분석 결과 외장 하드 영상 재생기능을 넣는 것보다는 원가를 낮추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고, 디지털 채널 바로가기 기능은 조만간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TV 기능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김 과장은 언뜻 보면 대형마트 바이어가 아니라 전자회사 연구원으로 여겨질 정도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디지털뉴스팀

▲동영상=LED TV 가 40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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