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국 아파트 전세금이 7년 3개월 만에 매매가의 60% 수준까지 올라섰다. 일반적으로 전세금이 집값의 60%를 넘어서면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세금이 집값의 70% 안팎인 지방에서는 올해 들어 집값이 두 자릿수로 오르고 새 아파트 청약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2일 발표한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은 60.0%였다. 2004년 7월 60.1%를 찍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의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서울에서도 지난달 전세가율이 50.5%로 2004년 5월(50.1%) 이후 처음으로 50% 선을 돌파했다. 경기도(54.6%)와 인천(49.9%)도 전세금이 연초부터 꾸준히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50% 안팎 수준에 머물렀다. 수도권 전체로는 52.5%로 2003년 말(52.6%) 이후 최고치다.
전세가율은 수도권에 비해 매매가가 낮게 형성된 지방에서 대체로 더 높다. 광역시 가운데에선 광주가 74.7%로 가장 높았고 울산(71.5%) 대구(70.1%) 대전(67.4%) 부산(66.5%) 이 뒤를 이었다.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의 평균 전세가율은 66.7%로 수도권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도별로는 경북도(71.7%) 제주도(69.8%) 전북도(69.7%)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서 전세금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지만 매매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전세가율은 조금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당분간 집값을 상승시킬 만한 요인이 별로 없다”며 “전세가율의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전문가들 내년 전망, 전세금 오름세 ‘주춤’… 매매가는 의견 갈려▼
내년에도 전세금 상승세가 이어질까? 주택·부동산 관련 연구소들은 대체로 “올해보다는 상승폭이 낮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집값 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연구소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일 발표한 ‘2012년 주택·부동산 시장 전망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전국 전세금은 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세금 상승폭 추정치(12.5%)나 지난해 상승률(7.1%)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근거는 늘어나는 주택 입주 물량이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내년 주택 입주물량은 올해(32만4000채)보다 2만6000채 증가한 35만 채로 추정된다”며 “입주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전세 수요 압박이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2년간 전세금이 20%가량 오르고 전세금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최근 주택시장 특징과 시장회복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주택산업연구원도 “전세금 상승세가 내년부터 완만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덕례 주산연 연구위원은 “학군수요와 이주수요가 몰리는 내년 초 전세금이 최고점을 형성한 후 상승폭이 둔화되는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 집값의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연구소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건산연은 내년 수도권 집값은 올해(0.7% 추정)와 비슷한 1%, 지방은 올해(14% 추정)보다 낮은 7%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허 연구위원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시장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지만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유동성 확보가 어렵고 국내외적인 경제 불안도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매매수요가 더디게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부동산 훈풍이 불었던 지방 주택시장은 “공급 부족이 계속돼 내년에도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지방의 높은 주택보급률 등을 고려하면 부산같이 단기간에 공급이 집중된 지역은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주산연은 “전국 집값이 이미 올해부터 지방 시장을 중심으로 상승세에 접어들었으며 침체하던 수도권 시장은 올해 4분기나 내년 초에 저점을 통과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격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수도권 시장의 보합세로 매매 시장이 침체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전국적으로는 2010년보다 좋아진 편”이라며 “현재 지방주택 시장이 주도하는 가격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인 건설산업전략연구소도 최근 발표한 ‘실질주택가격 장기순환분석’ 보고서에서 유사한 분석을 내놓았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물가를 반영한 전국의 실질 주택가격은 이미 상승기에 진입했지만 서울과 수도권 시장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며 “그동안 전세금 상승세 등을 고려해보면 서울과 수도권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사이 바닥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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