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에너지 진단 ‘재능 기부’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줄줄 새던 전력 막고… 협력사는 비용 줄이고…
80곳 컨설팅… 참여 업체 줄서

경기 이천시의 식품회사 한일식품은 최근 설비 투자 확대를 적극 검토 중이다. 우동 등 면류 생산업체인 한일식품은 제조 과정에서 면을 삶는 공정을 피할 수 없는데, 면을 삶고 난 뒤 버리던 고온의 물을 다시 회수해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열교환기를 도입해 연간 약 2000만 원을 아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열교환기 도입에 들어간 돈은 2400만 원. 내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한다. 여기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불필요한 전력 낭비도 사라졌다. 8월 이마트가 운영하는 ‘에너지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컨설팅을 받은 결과다.

블랙아웃(대규모 동시 정전) 직전까지 갔던 9월 정전 사태가 벌어진 뒤 50여 일이 지나고 다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가 협력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에너지 진단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마트는 2009년부터 협력회사의 설비와 생산 공정에서의 에너지 사용 실태 등을 분석해 효율이 낮은 설비를 교체하고, 에너지 절약 노하우 등을 전수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에너지 진단 설비와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줄여주기 위해 상생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컨설팅을 받는 중소 협력업체가 늘면서 줄줄 새던 산업용 전력 낭비도 막을 수 있는 모델이 됐다. 일종의 ‘재능기부’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는 지금까지 약 80개 업체를 대상으로 에너지 진단 프로그램을 펼쳤다. 이를 통해 경기 여주시의 과자제조업체 상일식품은 에너지 소비를 4.6%가량 줄였고, 인천 남동구 소망화장품 생산 공장은 연간 약 2억3000만 원의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이마트는 정전 사태 뒤인 하반기(7∼12월)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협력업체를 더욱 늘렸다. 산업용 전력이 전체 전기 사용량의 54%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업체의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데 이 프로그램이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윤우 이마트 운영본부 상무는 “동반성장 지원책을 고민하다 에너지 절감에 대한 컨설팅 요청이 있어 에너지 진단을 하게 됐는데 올해에는 하반기에만 12개 업체가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연말까지 8개 업체가 더 참가할 예정”이라며 “생산업체의 전기 사용 절감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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