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제조 A사… 자원개발 B사… 공구업 C사… 편법상속 기업에 세금폭탄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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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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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1000억∼5000억 원대, 전자 기계 의류제조 해운업 부동산개발업을 하는 기업,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인 중견기업.’

국세청이 해외에 자산을 은닉하거나 국제거래를 이용해 편법적으로 부(富)를 대물림하려는 혐의가 짙은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2일부터 세무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밝힌 조사 대상 기업의 윤곽이다. 세무조사 착수 시점을 밝힌 것은 물론이고 업종과 매출액 규모 등 세무조사 대상 기업의 윤곽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세청은 그동안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해당 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조사 대상 기업의 구체적인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하반기 세무조사의 역점 분야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차단, 대기업에 대한 성실신고 검증, 역외 탈세 근절 등을 책정하고 이를 실천해 나간다는 강력한 정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같은 혐의로 11개 기업을 이미 적발해 2783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4개 기업에 대해선 막바지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탈루 유형은 다양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A사의 사주 김모 씨는 국내외에 여러 공장을 보유한 중견기업가. 그는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면서 세금을 줄이기 위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카리브 해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사모펀드를 세웠다. 이어 A사가 보유한 해외 지주회사(AA사)의 지분을 이 펀드에 싼값에 넘긴 뒤 펀드의 출자자 명의를 본인에서 아들로 바꿨다. 펀드를 통해 아들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해외 지주회사의 지분을 갖게 되는 전형적인 경영권 편법 승계였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법인세와 증여세 등 3000억 원가량을 탈루한 혐의가 인정돼 800억 원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자원개발 업체인 B사의 사주 정모 씨도 버진아일랜드에 자신의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B사로부터 자원개발 명목으로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막대한 투자이익을 올린 정 씨는 원금만 국내 회사에 보내고 수백억 원의 투자이익은 해외 예금계좌에 은닉하거나 아내 명의로 미국의 고급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썼다. 정 씨는 500억 원가량의 탈루 혐의가 인정돼 소득세 및 증여세 250억 원을 추징당했다.

전자공구 업체인 C사의 사주 박모 씨는 버진아일랜드에 가족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C사의 해외 현지법인 지분을 넘겼다. 그리고 현지법인에서 발생한 소득은 홍콩 예금계좌에 예치해 관리하면서 국내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이 밖에 부동산개발업자 홍모 씨의 아들은 친인척 명의로 돼 있는 주식을 넘겨받으며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친인척에게 주식을 팔게 한 뒤 매각대금을 미국에 다른 사람 명의로 세운 10여 개의 페이퍼컴퍼니에 송금하도록 했다. 이후 페이퍼컴퍼니 주주 명의를 자신의 명의로 바꾸는 자금세탁을 통해 매각 이익을 챙겼다. 홍 씨의 아들은 상속세 탈루 혐의로 현재 강력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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